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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을 열면

Poem

by 김조민

오늘의 문을 열면


김조민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달려나갑니다

귀를 쫑긋대거나 두리번거리지 않을 겁니다

희미한 윤곽으로도 알 수 있는 뒷모습

늘어지는 것을 봅니다 느리고 긴 암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자그맣게 움츠렸다가 순식간에 부푸는 것은

핑계일까요


선량한 나의 거절은 쉽게 더러워질 예정입니다

하필 먼저 터져 나온 것이 표정이었을 뿐

흘러내리는 불안을 닦으며 다만 질근거립니다

운명은 눈치 채지 않습니다


우연은 눈물처럼 흩어지고 각자의 의도로 이어진

수천만 개의 발판은 모두 가장자리 끝으로

밀려갑니다 경계 없는 결국입니다

오늘의 문을 열면


틈새만 펼쳐지는 이상한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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