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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자의 의문

Poem

by 김조민

남은 자의 의문


김조민



여기가 어디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발을 헛디딘 것일까요


의자가 있었습니다

나는 구부정한 등이었죠


저기 눈길에서 망설이고 있는 늙은 개처럼 땅 너머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작은 돌멩이 옆에 어른거리던 그림자 몇이 거대한 나무의 잎사귀였는지 아무도 모르게 피고 졌던 이름 모를 꽃이었는지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믿지 못하는 마음 한 귀퉁이가 빛에 바랬어요

쓸쓸한 나머지 부분이 마지막 힘을 냅니다

무엇이 본질이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지나버린 빛을 쫓아 서둘러 담장에 오르기 전까지의 결심은 아주 쓸 만했어요


남은 것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뛰어내릴지 알 수 없게 된 이후 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해 사랑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붉은 돛들이 활짝 육중한 돛대 위에서 바람 반대편으로 돌아갑니다*





*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 “3 불의 설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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