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두 페이지에 걸친 각각 다른 꿈을 꾸었어요
슬픔이 마비된 자명종이 사랑의 파편을 유린하며 우는 한…낮
믿었던 윤곽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유행처럼 여름이었죠
계절은 순서를 지키지 않고 도착하고 떠나요 여전한 낯빛으로
현실인지 아닌지 애매한 갈래가 우리 앞에 있을 때 서두르지 말아요
스스로 기억하는 자만이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니
어둠은 침묵할 뿐 질문을 던지지 않거든요
숲을 떠나 흐르기로 해요 다른 관점을 보았더라도
뭔가 달라지지는 않을 거에요 장막을 걷으면 허구
우연히 남겨진 갈망 따윈 포기하기로 해요
무엇이 남았나요
웃음의 목적을 믿기로 해요 바짝 붙은 내일을 위해
잃어버린 연대나 결손 같은 어려운 소음들을 먹으며
지금 울어요
두 페이지에 걸쳤던 각각의 꿈은 하나의 시점으로 오그라들 거에요
이제, 자명종을 끌 시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