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오래 걸리지 않을 거에요
시계는 가려졌어요
어둠은 잠깐 다녀간 낮의 다른 메모일까요
불쑥 튀어나왔다가 오래 오래 심심해요
책상 앞 동그란 창을 통해 달빛이 한 장씩 쌓여요
우리는 냄비를 준비하죠
밤의 절정이 달콤하게 우러날 때까지 입을 맞춰요
수수께끼가 하나씩 없앨 때마다 반짝
얼굴에서 뿌리가 돋아요
곧 밤이 끝나요
서둘러요
친절은 태초의 장식물 같은 거라고 했었나요
맞을지도 몰라요
뭉개진 바탕 위에 벗어둔 당신의 퀴네에(Kynee)*
자잘한 빛들이 슬그머니 웃어요
달콤해서 위험한 것들, 환상이에요
위로에 먹히기 전에 준비한 대답을 꺼내 놓으세요
아직 시작되지 않았던 그날의 아침을요
* 퀴네에(Kynee) : 하데스의 황금투구.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다. ‘죽음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온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