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축축한 화장실 거울 속에
오래된 지도 하나가 희뿌염합니다
기억 없는 곳입니다
길은 누군가의 간절함처럼 끝이 없습니다만
아슬아슬합니다 과거의 단면인 듯싶다가도
어떤 마음이 훌쩍 떠났던 그날의 부스러기 같기도 합니다
지도를 오래 들여다봅니다
낯선 지명이 나오면 드문드문 눈길을 피하다가도
우연히 아는 글자와 겹치는 언덕을 발견하면
왠지 반가워 조용히 풀이 흔들리고 바람이 붑니다
봄이었을까요
집 앞 골목 끝에는 벚꽃나무 환하고 어린 나는
팔락거리는 벚꽃잎과 함께 팔락입니다
어디론가 향하는 철길입니다
침목 하나 폴짝 건너뛰면
아버지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한 번 더 건너뛰면 끈적하고 슬픈 향기 피어오르던
텅 빈 날들이었습니다
들여다보던 지도는
숨길마다 조금씩 낡아지던 뜨거움이었습니다
아직 움켜쥘 수 있을 것도 같은 허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