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너는 겨울 밤 창가에 서서 앞산을 바라보았다
밤하늘보다 더 짙고 어두운 곳이었다
너에게 반복된 적 없던 계절이었다
앞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줄 맞춰 달리는 자동차의 붉은 미등
그 점멸의 뚜렷한 순간이 마치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 같기도 하고
살려 달라는 손짓 같기도 했다는데
저 앞산 뒤쪽에는 어느 고향이 있어
밀며 밀며 가는지, 갔다가 다시 떠나오는지
처음부터 떠나 살았던 너는 조금 서글펐다
그러다 어느새 알고 있었다고 했다
희망의 두께만큼 돋던 봄이 소용없이 지나고
썰물 소리만 무성하던 여름의 나뭇잎이
미리 써버린 숨결의 흔적처럼 휘날리던 가을에조차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던
추락이 끝나지 않았음을
텅 빈 상태에서야 환하게 드러나는 그 줄이
구원처럼 보였다고 했다
온몸을 맡겨도 끊어지지 않을
밧줄처럼 보였다고 웃었는데
너의 뒤에 있는 시간 내내 울었던 나를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