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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민 Oct 19. 2024

예기치 않게 평범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

  예기치 않게 평범한         


  김조민


           

  우리가 함부로 졌을 때 누군가 잘라냈던 가시를 발견했다

  시시한 구덩이 옆이었다     


  그때 차라리 그렇게 된 게 오히려 좋은 일이었어     


  높게 떴던 풍선이 쨍 터지며 남긴 유언치고는

  제법 철학적이었다

  질문의 절반은 여전히 진흙 속에 묻힌 채였다     


  폭우가 남기고 간 몇 줌의 바닥은

  가능하지 않은 시간을 기다렸다

  이미 놓쳐 버린 시도였다     


  중요한 건 우리였을까

  제멋대로 쥐어지던 우연 따위를 믿은 것뿐이었다면

  계단 하나를 지을 수 있었을까     


  틈에서 돋아난 것은 아름다우면서도 끔찍한 의심

  건드릴수록 깊어지는 비난이었으나

  어떤 이에게는 든든한 뿌리였을지도 몰랐다     


  아니라고 말할수록 깊숙하게 드러나는 까닭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모르는 나머지 대답은 쓸데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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