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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이라 나의 언어는 빈약합니다

Poem

by 김조민

아직 겨울이라 나의 언어는 빈약합니다


김조민



겨울이 되면 이 거리는 바람으로 가득합니다

사람들은 서둘러 얼굴을 감싸 쥔 채 거리를 떠났고

떠나지 못한 지난 계절의 부스러기가

알 수 없는 소문과

더 낡아버린 보도블록 사이 죽은 비둘기와

벌어진 틈을 찾지 못해 죽지 못한 비둘기들이

바람 속에서 닳고 있습니다 나는

이 헛된 거리의 웅덩이에 쪼그려 앉아

늙어가는 바람의 형식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어요 단지

왔다가 가 버렸고 다시 오지 않는 신념들에 대해

허우적거리는 자음과 모음에 대해

아직 새벽 여섯시가 되지 않아 잠들지 못하는

단어들의 불평에 대해

바람에 귀를 기울이지만 들리는 것은

오로지 바람뿐이라 나의 언어는 빈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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