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조민 Jul 28. 2024

아직 겨울이라 나의 언어는 빈약합니다

Poem

아직 겨울이라 나의 언어는 빈약합니다      


김조민


         

겨울이 되면 이 거리는 바람으로 가득합니다

사람들은 서둘러 얼굴을 감싸 쥔 채 거리를 떠났고 

떠나지 못한 지난 계절의 부스러기가

알 수 없는 소문과

더 낡아버린 보도블록 사이 죽은 비둘기와 

벌어진 틈을 찾지 못해 죽지 못한 비둘기들이

바람 속에서 닳고 있습니다 나는

이 헛된 거리의 웅덩이에 쪼그려 앉아

늙어가는 바람의 형식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어요 단지

왔다가 가 버렸고 다시 오지 않는 신념들에 대해

허우적거리는 자음과 모음에 대해

아직 새벽 여섯시가 되지 않아 잠들지 못하는

단어들의 불평에 대해

바람에 귀를 기울이지만 들리는 것은

오로지 바람뿐이라 나의 언어는 빈약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