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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민 Sep 05. 2024

단 하나의 이유를 든다면

Poem

단 하나의 이유를 든다면                     


김조민



가을이 오나 봐 

엉겁결에 대답하고 일어서려고 했어요 그만 두려던 참이었거든요 

하필 그때 뒤로만 뻗어 엉긴 티끌들이 옷자락을 잡아끌지 뭐에요 

질문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보이지 않는 하나에 가만히 손을 얹은 채 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간은 

아무리 하여도 어쩔 도리 없이 무너지는 마음이었다고 

진부하게 고백함으로써 여름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어요 

끝나지 않은 것이 깊어질수록 나는 사라지거든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발걸음 하나마다 의미를 두기에는 태어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주 생략되거나 완전히 닫혀 버린 날이 있다는 걸 

모른 척하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창문을 닫아요 나머지 겨울이 불결한 소문처럼 길게 부딪치고 있어요 

어리둥절할 필요는 없어요 제자리는 없으니까요 그러면      


우리는 어느 문을 열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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