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그것이 뭐라고..
“김장은 줄었고, 인생은 커졌다.”
이제는 많이 담는 정보다, 소량을 나누는 정이 더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 김장을 하다가 가족들에게 확실히 선언했다.
“이제 우리는, 일하려고 모이는 가족으로 살지 말자.”
서로가 하기 싫어서 피하는 게 아니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고,
기다려지는 일정과 즐거운 계획들이 있다.
그런데 모여서 힘든 일을 함께하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모였을 때는 오직 놀아야 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어리고, 한 해 먹을 김치를 쟁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들 자기 삶이 있고, 각자의 공간이 있고,
각자의 입맛에 맞게 소량 김장을 하고
서로 한두 포기 나누는 따뜻함이면 충분하다.
삶이 깊어지면, 만남은 가벼워야 즐겁다.
그리고 오늘은 서글픔이 스쳤다.
우리 모두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
함께 모여 고단한 노동을 한다는 건
괜히 마음만 무겁고 미안해지는 시간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약속했다.
앞으로 김장은 각자.
만날 때는 오직 웃고, 먹고, 쉬기 위해.
일은 각자.
즐거움은 함께.
가족이란,
무거운 짐을 나누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삶의 기쁨을 확인하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라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나이 듦을 인정하려는 순간의 서글픔.
하지만 괜찮다.
우리는 이미 약속했으니까.
“일하려고 모이지 않는다.
즐거움으로만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