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열정은 줄지 않는데 호들갑이 사라졌다

나이를 제대로 먹나 보다.

by 청연CreatorPublisher

열정은 줄어들지 않는데,
호들갑은 줄었습니다.

오늘 위내시경을 했습니다.
비수면으로.

예전 같았으면
“헉!”
“정말요?”
“어떻게 해야 하죠?”
하고 물었을 텐데,

오늘의 나는
그저 조용히
“네. 네.”
하고 받아들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말하는 단어들,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들,
병명이라든지
주의해야 할 생활 이야기들까지도

어딘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차분히 듣는 나 자신을 보았습니다.

아,
나 많이 변했구나.

끝나고 나와 보니
배가 고프기도 하고
목이 따끔거리기도 했습니다.
검사하면서 긁힌 모양입니다.

“빈혈도 좀 있네요.”
그 말에
예전 같았으면 또
헉! 하고 놀랐겠지만

오늘은
“아, 그렇군요.”
하고 그냥 걸어 나왔습니다.

하긴
언제나 내 입술은
흰색에 가까웠지요.

출산 후에도
한 번 휙 쓰러진 적이 있고
그 이후에도 내내 따라다니던 빈혈.

그래,
영양제면 되지 뭐.
그냥 챙겨 먹자.
그걸로 끝.



그렇게 생각하면서 차를 몰고 나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변했습니다.
분명히 변했습니다.

에너지는 넘치는데
어딘가 한쪽은
폭삭 내려놓은 사람 같은 느낌.

열정은 여전히 샘솟지만
예전처럼 호들갑 떨지 않고

불꽃은 더 뜨겁지만
타오르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아마
이게 나이의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제야 진짜 단단해진 걸지도.


— AMELIEWEEKLESS


저의 글과 함께 해 주세요.

편리함에 맡긴 식탁, 통제권은 어느 새 쿠팡으로..https://brunch.co.kr/@9caf39cca2fd4e8/19/write

<열무김치 한 그릇,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https://brunch.co.kr/@9caf39cca2fd4e8/1

편리함에 맡긴 식탁, 통제권은 어느새 쿠팡으로..


아래는 청연의 책입니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D250977910


keyword
작가의 이전글편리함에 맡긴 식탁, 통제권은 어느새 쿠팡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