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에 대한 조금 다른 생각
불안함, 꼭 극복해야 할까?
FOMO 증후군을 혹시 아시나요?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인데,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원래는 홈쇼핑의 '매진 임박'처럼 제품의 공급량을 줄여 소비자를 조급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이었는데, 이젠 많은 젊은이들이 뒤처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과도한 투자, SNS 중독 등에 빠지면서 사회병리 현상의 하나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처음엔 불안함은 꼭 가시가 박힌 것처럼, 가벼운 걸림으로 시작합니다.
'남들은 난리던데... 나도 뭐 더 해야 하나?'
하지만 가차 없는 비교, 평가가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가시는 점차 깊숙이 박혀 아프게 찌릅니다. 거기다 현대 마케팅은 이러한 약한 감정을 자극해 돈을 벌며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현재 세대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세대보다도 열심히 살고 뛰어난 스펙을 자랑하는데도, 늘 괴로움에 쫓기고 있습니다.
■불안함, 꼭 극복해야 할까: 염증에 대한 재정의
저 또한 불안한 마음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무리해서 뭐라도 해보려 했지만 억지로 애를 쓸수록 상처는 더 깊어져 몸과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이때 무엇보다도 내가 조금 더 현명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자기 원망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능력 있었다면 애초부터 앞서 나갔을 것이고, 현명했다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었을 테니까요.
이도 저도 되지 못한 전 그냥 한심한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실은 내가 무능한 게 아닐까?'
불안함은 어느새 몸을 병들게 하는 '만성 염증'처럼 절 따라다니며 마음을 곯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염증에 대한 정의를 보고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염증 반응]
염증은 병원체, 손상된 세포 혹은 자극물에 의한 신체 조직 손상에 반응하는 복합적인 생물학적 반응이다. 염증은 면역 세포, 혈관 그리고 분자 매개체를 포함하는 방어적 반응이다. 염증의 기능은 세포 손상의 원인과 손상된 조직 및 괴사성 세포를 제거하고 조직의 회복을 돕는다.
염증의 대표적인 징후로는 발열, 통증, 발적, 부종 그리고 기능 상실 등이 있다. 염증은 포괄적 반응으로서 선천성 면역 작용의 한 기전으로 여겨진다. 염증 반응이 너무 약한 경우에는 박테리아와 같은 손상 자극에 의해 점진적으로 조직이 파괴되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만성 염증은 건초열, 치주염, 동맥경화증, 류머티즘 관절염과 심지어는 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 따라서 염증은 체내에서 정밀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염증은 보통 아픈 것과 연관되어 나쁜 것, 극복할 것으로 취급되지만, 사실 원래는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고 회복하려는 '방어 작용'입니다. 몸에 감염이라든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스스로 치유하고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만성 염증은 많은 병의 원인이지만, 염증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염증 반응이 없으면 내 몸이 파괴되는 곳을 알 수 없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삶에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우리를 괴롭게 하는 불안함, 조바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본능이 만드는 반응인 것이죠.
돌이켜 보면, 제 삶에서 가장 불안함이 없었던 시기는 마음에 우울함이 와서 자포자기했던 때였거든요. 그땐 뒤처지는 것도 두렵지 않았고, '이러다 그냥 사라져 버리면 편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이 생기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살고 싶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발전하고 싶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겁니다.
삶의 의지를 상실한 사람은 사는 것을 고민하지 않으니까요.
■아픔에 대한 올바른 처방의 시작
그동안 절 괴롭히던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게 되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이건 살고 싶다는 뜻이야. 좋은 거야.'
그게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요. 제 감정은 더 이상 없애야 할 '비정상'의 무언가가 아니었습니다.
'불안함을 극복하는 법'같은 이야기는 많습니다. 하지만 들어보면 결국 더 노오력하며 열심히 살거나, '난 괜찮다'라며 합리화하자는 말이더군요. 이는 그냥 마음을 외면하자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들 현실이 정말 괜찮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보단 불안함을 없앨 수 없다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중요했습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처방전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과 싸워 이겨내는 법'이 아니라, 그런 감정 자체가 자연스럽다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치유의 시작이 아니었을까요.
병의 정체를 알았으니, 이젠 진짜 약을 찾을 때입니다.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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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콩의 느림일기> 인스타툰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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