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서기 없이 칼 하나로!
비건 바질페스토 만들기
류마티스 환자에게 손쉬운 요리법이란 좀 다르다->
내가 믹서기를 쓰지 않는 이유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인 전 믹서기를 잘 쓰지 않습니다. 설거지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재료는 절대 믹서에 넣지 않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요리입니다.
바질페스토!
바질페스토 소스는 참 유용합니다. 평범한 샌드위치도 고급스러운 풍미가 생기고, 대충 넣기만 해도 파스타며 리조또가 갑자기 분위기 레스토랑 되는 마법의 소스죠!
문제는.. 설거지가 힘드니 만들긴 싫고, 사 먹자니 몸에 안 맞는다는 점이었는데요. 파는 페스토는 다 치즈를 함유하고 있어 유제품을 피하는 전 먹을 수가 없거든요. 공장제 제품은 올리브유가 아닌 카놀라유가 주로 들어가서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고요.
어쩌다 질 좋은 비건 페스토를 비싸게 구하더라도, 양이 많아 한두 번 먹고 남으면 산패 때문에 곤란...
또 한 번은 재료가 간단하길래 만들어보려 덤볐다가 우리 집 믹서기로는 조그만 양은 갈리지도 않고... 오일 범벅이 되어 설거지만 힘들게 했네요. 아니 나 관절염 환잔데 진짜... ㅠㅠ
그래서 만들어봤다!!
❌믹서기, 푸드 프로세서, 블렌더 없이!
❌남는 것 없이!
❌힘든 설거지 없이..!!!!
그러나 오히려 씹히는 맛이 있어 더 맛있었던?!?
초간단 바질페스토 레시피입니다.
재료 준비
기본 재료:
*약간 순하고 슴슴한 제 입맛대로 만든 레시피입니다.
바질 30g(10g씩 3팩 삼)
소금 1/4 tsp(좀 싱거운 듯? 더 넣어도 될 것 같아요)
이노센트 비건 파마산 1/2 tsp(없으면 뉴트리셔널 이스트로 동량 대체)
뉴트리셔널 이스트(영양 효모) 1 tsp
올리브오일 30ml (2 Tbs)
호두 1.5 Tbs
(택) 캐슈너트 크림 2 tsp* -> 아래 만드는 법 적어둘게요.
*캐슈너트 크림 만드는 법:
만드는 법: 캐슈너트 1컵을 하룻밤 물에 불려두었다가 헹구어 물기를 빼고, 믹서에 넣습니다. 그리고 두유를 조금씩 흘려 넣어가며 곱게 갈아 부드러운 크림 형태로 만들어줍니다. 보통 캐슈너트 1컵당 두유 100미리 이내로 들어가면 잘 갈립니다. 추가로 소금 한 꼬집과 식초 약간을 넣어주시면 보존성이 올라가요!
저는 이걸 냉동실 얼음틀에 덜어서 얼려두었다가 비건 요리에 치즈, 크림 대신 활용합니다. 그냥 발라먹어도 맛있고요! 바질 페스토에도 넣어주면 아주 잘 어울려요.
아니 캐슈넛을 믹서에?
믹서기 필요없다매?????
라고 생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쓰기 전까진 몰랐는데 쓰다 보니 이건 믹서가 필요하긴 했네요.. ㅋㅋㅋ
아니 근데 이건 만들기 별로 안 힘들어요..!!! 설거지도 별로 안 힘듦!!!
...라고 우겨 봅니다...
정 없으시면 꼭 안 넣어도 괜찮슴다,,, 시무룩
바질! 오아시스마켓에서 샀어요!
플라스틱 포장 통은 씻어서 냉동실 식품 소분용으로 재활용했습니다.
뉴트리셔널 이스트&이노센트 비건 파마산
뉴트리셔널 이스트, 즉 영양 효모는 치즈 대신 쓰는 비건 식재료인데, 꼬릿 꼬소한 향이 풍기는 플레이크 가루입니다. 비건 파마산은 뭔 맛이냐면,, 파마산 맛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인가
아몬드가루에 치즈 풍미가 들어간 가공식품입니다. 없는 분은 뉴스리셔널 이스트를 넣으시면 됩니다.
올리브유~
캐슈너트 크림
이렇게 스푼으로 떠지는 점도로 갈아주시면 됩니다.
만드는 법
바질을 씻어준 후 물기를 탈탈 털어주세요.
그다음 칼로 최대한 잘게 다져줍니다!
챱챱챱
혼신의 힘을 다해 다져주었습니다.
싫어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더 잘 될 것 같습니다.
다지면 다질수록 향기로운 바질향이 나요!
소금 1/4 tsp
비건 파마산 1/2 tsp
뉴트리셔널 이스트 1 tsp
파마산이 없는 분은 뉴트리셔널 이스트 1과 1/2 tsp으로 대체
올리브유 2 Tbs
캐슈너트 크림 2 tsp
그리고 호두도 우다다 다져서 넣어줍니다.
갈지 않고 다지면 씹는 맛이 좋아요.
완성!
재료를 순서대로 잘 섞어주기만 하면 끝입니다.
향이 엄청 좋아요!!
+추가) 비건 바질페스토 샌드위치 만들기
준비물:
비건 바질페스토 1~2 Tbs
비건 빵(저는 '딩딩빵'의 비건 쌀 치아바타를 사용했습니다.)
두부 스크램블(두부를 으깨서 팬에 볶아준 것)
피클 또는 사우어크라우트(만드는 법은 이름 클릭)
사과 슬라이스
토마토
케일, 상추, 치커리 등 취향껏 생야채
잼(사과, 무화과 잼 같은 은은한 맛 추천)
+택: 발사믹 소스
만드는 법:
1. 살짝 구운 빵의 반을 갈라, 한쪽엔 바질페스토, 다른 한쪽엔 잼을 바릅니다.
2. 생야채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두부 스크램블, 토마토, 피클이나 사우어크라우트를 얹습니다.
+추가로 발사믹을 쓱 뿌려주면 맛있습니다.
3. 사과 슬라이스를 착착 올려줍니다.
4. 생야채를 마저 더 올려줍니다.
덮어서 맛있게 드세요!!!
맛있습니다.
이제 서브*이 못 감 이게 훨씬 맛있음
마치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 말을 듣긴 들었지만 직접 이걸 증명하며 살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발병 처음에 유제품 끊어라, 손 많이 쓰지 마라... 생전 처음 듣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당황하고 좌절스러웠던지... 그럴 때도 있었지만, 살다 보니 어찌어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바꿔가며 적응하고 있네요.
저처럼 비건 페스토를 굳이 힘들게 찾아 만드는 분이시라면 다 본인만의 이유가 있으시겠죠?
신념이든, 건강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감수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 모두모두 응원합니다!
이상 믹서기 설거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발버둥 치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9cc75e4bd7624ea/53
느리지만 꾸준히 살아가는 류마티스 환자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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