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가 있다
몇 년 전 배달의 민족에서 만든 때타월, 혹시 기억하시나요?
맞아요, 인생엔 다 때가 있습니다.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 인간들은 신체적인 노화에 맞춰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생애 주기를 따라 살아갑니다. 어릴 땐 공부하고, 좀 커서는 일을 하고, 나이가 너무 많이 들기 전에 짝을 찾고 후손을 생산하죠. 각각의 인간 사회들은 세세하게는 다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유사한 패턴을 공유합니다. 즉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완전히 독립된 무인도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암묵적으로 정해진 삶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기서 말하는 '때'입니다.
그러니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 늦은 때는 없다는 말은 달콤한 거짓말입니다. 늦어서도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만큼 진즉에 시작한 사람에 비해 몇십 배의 위험 부담을 안아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저는 나이 서른에 작가의 꿈을 꾸려고 합니다. 온몸이 근육통으로 너무 많이 아프던 날, 누워만 있어도 힘들어 눈물이 찔끔 나던 어느 날. 힘들게 숨을 몰아 쉬면서도 생각했어요. 지금 내 마음속에 솟아오르는 감정을 그리고 싶다, 글로 쓰고 싶다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환자 주제에 당장 돈이 안 되는 일을 할 여유가 어디 있냐, 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럼에도 결국 다시 펜을 잡을 거라는 것을.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해 봐야죠. 때는 있다 하더라도 그걸 어기면 안 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물론 나이가 들수록 심적 부담은 배로 커지겠지만, 그걸 감수할 만큼 그리고 쓰는 일이 좋은 걸요. 앞으로 이런 일들이 뭐가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글을 써 보겠습니다. 20대, 아니 10대 때부터 먼저 준비했다면 훨씬 빨랐겠지만 어쩌겠습니까. 늦은 때이지만 지금이 그래도 내 인생에선 제일 젊은 날이니까요. 언젠가 좀 늦은 나이라 하더라도 정말 성공한 작가가 된다면, 저처럼 용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또 다른 '때'의 기준이 되어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사실 뭐 그냥 좋아하는 일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너무 거창하게 선언(?)하는 게 아닌가 부끄럽습니다만. 혹시 지금 저처럼 시작하기에 용기가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제 서툰 일기가 부디 조그만 응원이 되어드리길 바라요! 우리, 힘내보자고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