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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콩 Dec 07. 2023

서른의 초보운전: 액셀과 브레이크가 헷갈릴 때



액셀보다 브레이크가 더 중요하니까




Q. 다음 중, 초보 운전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1. 언제 끼어들지 모르는 옆차선 외제차

2. 버스, 택시, 트럭

3. 무슨 사고를 낼지 모르는 나






"네가 운전을 한다고?" 워낙 겁이 많던 제가 처음 운전을 배우겠다고 나섰을 때, 다들 놀랐습니다. 네, 겁쟁이지만 눈 딱 감고 도전을 했습니다. 차도 없고 대중교통이 더 편한 곳에 살고 있지만, 절벽으로 새끼 사자를 떨어뜨리는 어미 사자의 마음으로 나 자신을 운전석에 밀어 넣었습니다. 마음먹지 않고서는 영영 운전을 익힐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면허를 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젊은 혈기였는지 이왕 따는 거 멋진 걸로 따자며 2종도 아니고 무려 1종을 도전했잖아요. 클러치가 그렇게 어려운 줄도 모르고, 곧 다가올 미래엔 트럭도 전기차로 나올 줄도 모르고!! 버스 기사님이 실수로 시동을 꺼뜨리는 걸 보고 '기사님인데 무슨 시동을 꺼뜨리지?'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야, 너도 시동 꺼져서 면허 시험에 떨어지니까 네 주제나 알아라. 실기에서 연거푸 3번을 떨어져서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울었어요. 그러다 간신히 마지막에 붙었는데, 강사 선생님과 대기실에 있던 분들 앞에서 "저 드디어 붙었어요!!!" 해맑게 웃으며 자랑했었죠. 

(실수로 바지 지퍼를 안 잠근 채로 그러고 돌아다녔다는 안타까운 사실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아니 평소엔 절대 안 그러는데, 얼마나 신이 났으면...) 


근데 웬걸, 면허 시험은 그저 첫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진짜 도로에 나와보고서야 면허랑 운전은 별개라는 걸 깨달았죠. 액셀을 밟고 운전대를 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옆 차선 차 눈치보기, 도로 외우기, 센스 있게 다른 차 배려하기 등등 아주 종합적인 기술을 길러야 했습니다. 결국 헤매고 있는 동생을 위해 친오빠와 아빠가 연수를 도와줬는데, 그때 오빠가 "액셀보다 브레이크가 더 중요하니까 더 큰 거다."라고 가르쳐 주었어요. 그 이후론 한 번도 액셀과 브레이크가 헷갈린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운전은 조금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삶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건 서투른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특히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뀐 뒤로는 더더욱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다급하게 살게 되더라고요. 내가 좋아 시작한 프리랜서(라는 반백수의 다른 이름)였으니 제대로 된 성과를 이루기 전까진 몸이 아파도 도저히 쉴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 끝은 앓아눕는 거였지만요.

10년째 병을 갖고 살다 보니 삶도 운전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빨간 신호등을 보고서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사고가 나니까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자동차는 브레이크가 더 크지만, 인생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이 아주 작고, 심지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일까요. 그래서 까딱 잘못하면 브레이크를 잊어버리고 액셀만 밟다가 결국 어딘가 들이박아버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알면서도 여전히 멈춤이란 너무 어렵습니다. 사실 지금도 아픈 몸을 책상에 붙여놓고 글을 쓰고 있거든요. 하하. 언제쯤이면 불안함 없이, 죄책감 없이 쉴 수 있을까요? 계속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 능숙하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까요? 서른 살 초보운전자에겐 삶도 운전도 모두 어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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