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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여자

by 김정욱

10-14.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다른 사람 가슴에 상처가 되는 말을 태연하게 하고, 교묘한 주장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착한 마음을 자극해 이용하고 그러고도 당당하게 부끄러운 줄 모르다니 - - -

민자는 새삼 인간관계가 어려워졌다.


전문대 졸업 후, 면직물 수출회사에 취업을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니, 잠시 고민을 접어두게 되었다.

민자는 원자재 수입을 하는 자재과 소속이었는데 다양한 염료부터 크게는 면직물 생산하는 기계까지, 오퍼부터 신용장개설, 보험, 운송, 통관까지 여간 업무가 많은 게 아니었다.

통관은 수시로 관세 법령이 바뀌곤 해서 그때마다 바뀐 법령에 맞춰 서류를 준비해야 했고, 상공회의소에서 바뀐 법령에 따른 교육이나 세미나에 출석을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일도 업무중 하나였다. 당연하게 그동안 자재과장이 그 일을 맡고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민자가 입사하자 슬며시 떠넘겼다.

당시는 지금처럼 온라인 업무가 활성화 되기 전 아나로그 시대였다.

다른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가 바쁘다고 다 빠져 나갔고, 민자는 자신의 일인지 아닌지도 모른채 그 일까지 떠맡고, 이 일 저 일로 하루종일 동동거렸다.

처음엔 업무 미숙으로 그러려니 생각을 했으나, 일 년 여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업무자체가 과중한 거였다.


민자는 오히려 회사생활이 바쁜것이 나쁘지 않았으나, 외근이 겹쳐지면서 퇴근이 늦어지는 일이 자주 생겼다. '자재과 일은 니가 다 하는거냐?' 타부서에 있는 입사동기로부터 한 소리를 듣곤 민자는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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