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4. 윗 분의 의견인지,
과장의 의견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미안한 기색도 없이 민자에게 화를 내던 과장이었다. 이렇게 뻔뻔할 수가 - - -
사실, 시말서 정도로 결정난 사항이었지만 과장도, 민자도 발령이 없었으므로 과장이 있는 그대로 근무하는 것도 고역이어서, 민자는 사표를 던졌다.
그 자신이 책임질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지만 그 누군가의 책임 속에 자신의 과실도 있었으므로 그닥 억울한 심정은 아니었다. 다만 속 시원한 해명도 못한 채 혼자 잘못을 몽땅 뒤집어쓰고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이 씁쓸해졌다. 그동안 나름 열정적으로 해 온 일들을 손에서 내려놓자니 시원섭섭했다.
'역시 남들은 전적으로 믿을 게 못되는군 - - '
과장이 공채가 아닌 낙하산이란 걸 알았을땐 그만 티끌처럼 모아지던 애사심마저 다 날아갔다.
자신을 지키는 건 자신뿐이라는 - - 직장이던 사회던 이기적 집단이란 걸 - - 또 인생공부를 했다.
두번째 직장은 콘도 건설도 하고 경영도 하고, 경영대행도 하는 리조트 업체였다. 2년 전에는 동네 곳곳에 생기고 있는 유통체인을 인수했다. 콘도든 유통이든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한 업종으로 한때는 콘도분양으로 큰 돈을 벌기도 했지만 요즘은 침체기, 영 실적이 나아지지 않았다.
날마다 미팅이고 날마다 브레인스토밍.
요즘은 짧은시간, 집중토의를 한답시고 의자마저 빼버리고 차 한잔, 물 한잔 마실 아침시간 여유마저 치워버렸다. 직원들은 아이디어 고갈로 스트레스를 일상처럼 받으며, 회사 기획팀 무능을 속삭였다.
과제처럼 업무계획이 세워지면 단계별로 세부계획이 짜이고 매일 성과보고에, 평가를 공개적으로 벌였다. 취지는 좋은 아이디어는 공유하자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결과 없이 흐지부지 되는 것도 많아 공연히 질책을 받는 때가 더 많았다.
보여주기 위한 회의라니 - -
차라리 각 부서별로 업무 전 5분 미팅으로 공유할 건 공유하고, 문제가 있으면 서로 의견을 내고 - -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차라리 익명 사서함을 운영하던지, 머리쓰는 일은 관리자들이 해주면 될 겻을- - 일선업무에 바쁜 직원들까지 아이디어를 내라고 아침부터 스트레스를 주다니 - -
창조적이고 참신한 생각은 그렇게 스트레스를 가하면서 쥐어짠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닐 터, 이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