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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

12. 명화와 소영

by 김정욱

"여기, 여기예요"

"아 - - "


평상복이 아닌 깔끔한 투피스차림, 그녀였다.

옆에는 웬 아가씨? 딸인가?


"앉으세요 - - 이쁜 딸. 내 딸 안 소영"

"아 - - 반가워요 - - 정 태옵니다"

"네. 안녕하세요 - - 친척오빠라 하시던데, 혹시 남자친구 - - 아니신가요?"

"아 - - 그게 - - "


태오는 대답이 궁해져 명화를 쳐다봤다.


"얘가 무슨 말이야 - - 내가 말 했잖아 버스에서 울고 있다가 30년만에 만난 오빠라고 - - "

"알았어 - 엄마. 그냥 내 희망사항이야. 희망사항 - - 헤헤 죄송합니다 - - "


명화가 친척오빠라 말했나보다. 순간 살짝 서운한 맘이 생겼다. 친구하자더니 - - 뭐야 - -

하지만 상관없다. 그렇게라도 얘기한게 어딘가?


"오늘 내 생일인데 얘가 사진 찍자고 해서 힘 좀 줬어요. 어때요?"

"이뻐요 - - 네 - - 이뻐요 - - "


여자를 칭찬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화장한 모습이 화사하고 크림색 투피스가 눈부셨다.

이쁘다는 말은 감탄사인 동시에 칭찬, 속 마음이다.

그나저나 오늘이 생일인데 - -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다음은? 뭘? 어떻게?

열심히 생각하고 또 했지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날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어쩌는지 정신이 없었다.

'샤브샤브' 고기며 야채, 버섯따위를 자꾸 명화가 건져 접시에 놓아주었다.

내가 먹을테니 당신이나 어서 먹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우물우물 말이 나오질 않았다.

둘이 먹을 때와 달리 셋이 먹으니, 웬지 더 조심스럽고 눈치가 보였다.


'어? 내가 왜 이러지 - - 애 앞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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