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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사랑

by 김정욱

3-9. 엄마를 끔찍이 생각하는 아들인데,


자식 중에서 제일로 정 깊은 아이인데 - - 지난 날을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추운 겨울, 엄마가 좋아하는 대봉홍시 몇 개를 사 와 주방에 슬며시 놓아주면서 '엄마 혼자 드셔' 입 모양으로 소리 없이 말하곤 했던 아이. 언젠가 뜨거운 물에 발을 데어 고생했을 때도 호오 - 불어가며 매일 저녁 붕대를 감아주던 아이. 언제나 두 손으로 손을 감싸주던, 딸들보다 더 보드랍고 엄마를 잘 알아주던 아이였는데 - -


눈이 큰 며느리는 순하고 겁이 많아 보였다.

저들끼리 한 직장에서 연애를 했으니 저들끼리는 문제가 없을테고, 그럼 내가 문제인가?

순이는 돌고 도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며칠 뒤, 아들과 며느리가 닭튀김을 사들고 밤에 찾아왔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한 참을 뜸을 들였다.


"엄마 - - 이제 반찬이나 국이나 그런 거 가져오지 마세요 - - 먹고 싶으면 내가 먹으러 올께. 얘는 입도 짧고 얼마 먹질 않아요 - - 엄마도 고생이구 - - "


'아니 그럼 그거 말고 내가 너네들 집에 갈 일이 뭐가 있어? 맛있는 거 하면 이웃도 나눠 먹고 하는건데 - - 줄 수도 있는거지 - - '


하고싶은 말은 속으로 삼켰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맛있어요 - - '

이런 말까진 바라지 않았다.

순이는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꾹꾹 참았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신혼시절을 돌이켜 보면 어쩌다 친정에 다녀올때면 올망졸망 엄마가 싸주던 별 거 아닌 것들도 얼마나 살림에 요긴하게 쓰였던가?


순이는 새삼 분하고 억울한 심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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