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정 많고 따뜻한,
큰 아들은 고민이 깊어졌다.
무조건 당신이 먹지 못해도 주고 싶어하는 엄마와 밀어내지도 못하고 받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아내.
두사람 모두 맘 상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수시로 방문 하시는 시어머니 탓에 맘 놓고 쉴 수 없다는 아내.
하루종일 청소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는 아내.
원래 예민한 사람인데 깜짝깜짝 두근두근 가슴이 뛴다는 아내.
무엇이 문제인지 확실치 않으나 일단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큰 아들은 해외지사 파견근무를 지원했다.
평소 외국 생활을 상상해 본 적이 없으나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방법으로 선택했다.
해외지사에 티오가 생길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므로 그동안 어쨌거나 서로 맘 다치지 않고 잘 지낼 일이 숙제로 남았다.
순이는 일주일에 한 번 큰 아들 내외를 집으로 불렀다.
토요일 저녁, 얼굴도 보고 얘기도 좀 듣고 맛난 것도 해 먹이고 싶었다.
반찬을 해 주지 않기로 하고 차선책으로 순이가 생각 해 낸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한 달을 넘기고 아들이 힘 들겠다는 얘기를 했다.
아니 식사 준비를 시키는 것도 아니고 와서 먹기만 하라는 건데 - - 같이 밥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웃고 떠들고 - - 단지 그러고 싶은건데 - - 그것도 힘이 든단다.
순이는 며느리를 미워할까봐 겁이 났다.
서로 미워하는 고부라니 - -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나눈 사이 아니던가?
순이는 며느리도 아들처럼 사랑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