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7. 드디어, 긴 긴 얘기가 끝이나고
순임은 슬며시 공씨의 손을 찾아쥐었다.
"공씨 - - 나랑 수호 만나러 같이 갈래요?"
" - - - "
"같이 가고 싶잖아 - - 그치?"
" - - - "
"낼 아침 먹고 가 보자 - - "
"너 - 혼자 가고 싶잖아 - "
바닥으로 내려앉은 순임은 몸을 동그랗게 말고 돌아 누웠다.
공씨는 순임 등을 쓸어주려 내밀던 손을 거두었다.
그저 조용히 일어서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순임의 깊은 상처가 덧나고, 다시 열이 나서 온 몸이 들끓는다 해도 이 건 온전히 순임의 몫이다.
순임이 감당하고 겪어야 할 순임의 인생이다.
다음 날, 비번이었지만 공씨는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어쨌든 순임보다 먼저 집을 나서야 순임의 뒷 모습을 안 볼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잠시 길 가에 서 있기도 했다. 누굴 만나기도, 약속을 잡기도 이른 시각이다.
아무려나 - - 발길이 닿는대로 갈 것이다.
오전 11시. 성환 시외버스터미널.
전형적인 농촌 모습이다.
터미널 중심으로 작은 시내가 있을 뿐, 과수원이며 비닐하우스가 온 마을을 덮고 있다.
전화 해 온 여자는 담배포 있는 슈퍼에 가서 구영감집 찾으면 알 거라고 했다.
동네 안쪽 끝까지 들어와서 왼 편. 언덕진 과수원 안에 집이 있었다.
"저 - 정 수호씨 계신가요?"
드르륵 - 성급히 문을 열어제끼는 소리가 났다.
"아 - - "
깊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수호야 - - "
" - - - "
"괜찮은거야? 안 좋다며 - - "
끄덕끄덕. 말 없이 바라보던 수호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자 후두둑 - 눈물이 이불로 떨어졌다.
늙은 남자의 눈물이라니 - -
긴 세월 - - 막혀 있던 장벽이 스르르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