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순임

by 김정욱

23-27. 이불 속에서


몸을 일으킨 듯 수호는 얇은 셔츠차림이다.

순임은 서둘러 방으로 들어 가 문을 닫았다.


"잘 사는거지?"


목이 잠긴 수호가 물었다.


"그래 - - 난 잘 지내 - - "

"그럼 - - 됐어 - - 그럼 - - "

"여전히 바보네 - - 수호는 - - "

" - - - "


붉어진 눈으로 수호가 순임을 보고 있다.


" - - - "


눈 앞에 순임을 두고도 아득히 먼 시선이다.

순임은 갈등하고 있었다.

이제라도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또 다른 미련, 후회 한 조각이라도 남기지 않으려면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많이 찾았어 - - 얼마나 잘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더라 - - 병태를 만났어 - - 병태가 그러더라 - - 니가 좀 아프지만 여자랑 같이 있다고 - - 난 병태와 몇 년 지내다가 헤어졌어 - - 내가 좀 그렇잖아 - - 그동안 떠도는 버릇이 생겼는지 - - 자꾸 맘이 밖으로 돌아서 - - 그래 그렇게 됐어 - - 그러다가 착하고 여린 그 사람을 만났어 - - 그래 - - 그렇게 됐어 - "

"그래 - - 그랬구나 - - 그래 - - "

"뭐야? 치사하게 자기 얘긴 안 하는 거야?"

"많이 헤맸어. 내 인생에 중요한 의미를 잃어버리고 - - 그냥 많이 헤맸어 - - 스스로 용서도 못하고 그냥 떠돌았어 - - 그러다가 - - 언제고 우리가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 - 힘이 좀 나더군. 갯가에서 지낼땐데 정신을 차리고 - - 공부를 했어. 바다로 나가고 싶어 다시 - - 해양대학을 갔지 - - 그냥 바다로 - - 넓은 바다로 - - 가고 싶었어 - - 그냥 견딜 수가 없었어 - - "

"그래 - - 그랬구나 - - "

"오랫동안 배를 탔어 - - 잠시 들어오긴 했지만 - - 갈 데가 없어서 - - 그냥 그랬어 - - 그랬는데 폐가 안 좋아서 - - 배에서 내리게 됐지. 잠시 남해쪽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을때 - - 병태가 왔어. 니가 결혼해서 잘 있다구 - - 신랑이 저라는 얘기는 안하던데 - - 후후. 하 - - 조용한 곳에 살고 싶어 - - 아는 사람을 따라 여기로 왔어 - - 구영감이 많이 아파서 - - 집이랑 과수원이랑 전부 내놓은 걸 - - 내가 샀구 - - 전화 건 사람은 구영감 딸이야 - - "


수호는 숨이 차, 자꾸 말을 멈췄고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순임은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목구멍이, 가슴이 갈갈이 찢기는 고통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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