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재옥, 미자, 선영은 29살, 동갑내기. 고등학교 동창이다.
오늘, 사랑을 실패한 미자를 위로하기 위해 모였다.
지난 3년간, 꽁냥꽁냥 키워 온 사내 연애였다. 이마가 시원하고 눈웃음이 좋은 사람. 두근두근 몰래 한 사랑. 아무래도 같은 직장에 있다 보니 매일 보기는 하지만 애태우는 날이 더 많았다.
처음엔 저 혼자 짝사랑인줄 알았지만 그 사람 마음도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 정말 행복했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말하진 않았지만 미자는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세상 모든 사랑 노래가 자기 얘기처럼 들려지기도 했다.
사랑하는 맘이 항상 말랑말랑 포근포근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내 맘에 그 사람이 있고, 그 사람 안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살이가 좀 만만해 보이기도 하고 턱없는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언제쯤 결혼 말을 꺼내줄까 자꾸 기다려지는 자신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나이가 주는 무게감이 있는 모양이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지난 금요일, 두 사람이 야근을 하게 되어 어렵게 미자가 말을 꺼냈다.
"병구씨. 혹시 결혼 계획은 있어요?"
"결혼요?"
"네. 결혼"
"아- -그게. 내가 사정이 좀 있어서- - 곤란한데- -"
"사정요? 곤란하다구요?"
"그게 그러니까- - -내 말은- -"
이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