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미자가 결혼 말을 꺼냈으면,
그 사람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며 내가 먼저 말을 했어야 했다고,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이러저러한 계획을 말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올 해 당장 결혼하자는 말도 아니었는데.
무언가 잘못되고 있었다. 사랑이라 믿어온 무엇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그동안 회사 사람들 몰래 만나서 밥 먹고, 술 먹고, 얘기하고, 서로를 걱정하고, 보듬고 위로하던 그런 일들은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일뿐. 좋은 맘도 맞고 좋은 사람인거는 맞는데 그 이상은 아니었던 것. 이 사랑의 결말은 결혼이라 생각했던 미자는 눈물로 사랑을 접었다.
사실, 재옥도 취준생 태섭과 시난고난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고, 선영은 가슴이 말랐는지 도무지 사랑 할 맘이 생기질 않는다고, 세상 남정네들이 시시하게만 보인다고, 아마도 이생에는 짝이 없는 거 아니냐고 낙담을 하는 처지였다.
이렇듯 누가 누굴 위로 할 형편이 되지 못하고 저마다 제 기분에 빠져 있었다. 어쩐 일인지, 언제부터인가 사는 일도 신명이 나질 않았다.
20대, 30대, 인생의 황금기, 반짝반짝 빛나는 나이.
실패도 무서워 하지 않는 치기가 솟구치는 때 아니던가? 아니었다. 힘 들었다. 연애도. 사랑도.
"아- - 정말 사랑에 빠져 결혼 하는 건 어렵구나!"
"그래- - 어릴 땐 누구라도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왜, 있잖아? 순자"
"아! 순자"
"그래. 순자"
세 사람은 동시에 타임슬립, 과거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