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상처
“한 달쯤 됐어요. 엄마는 잘 계셔요. 외할머니가 잘 돌봐주셔서 그런지 엄마는 괜찮아 보였어요. 표정도 순하고 - - ”
“순하다고?”
“네, 난 항상 엄마가 인상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보니까 아니었어요. 엄마가 절 보고 뭐랬는지 아세요? 넌 이쁘구나 - - 좋겠다. 그러셨어요”
“넌 엄마가 보고 싶었니?”
“네. 엄마가 어떻게 변했는지 꼭 보고 싶었어요. 어릴 때 날 지옥으로 천당으로 끌고 다닌 사람이 어떻게 변했을까 - - 궁금했어요”
“그래. 힘들었을꺼야 - - 널 도와주지 못해 많이 미안하구나 - - ”
“아녜요. 아저씨. 아저씨가 제 손을 잡아 줘서 얼마나 든든했는데요. 이제야 살았구나 - - 그런 안도감, 믿을만한 어른을 만났다는 생각에 얼마나 좋았는데요 - - 그때는 아저씨가 힘 들다는 생각은 못했구요. 그냥 아저씨가 내 손을 놓지 않은 것에 감사했어요"
“그랬구나 - - ”
“그 뒤로는 좋았어요. 행복이란 게 이런 거구나 - - 생각했죠. 걱정 없이 사는 거,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거, 그런 게 저에게는 정말 소중했어요”
“니가 밝게 자라줘서 고맙구나. 사실 내가 너에게 받은 위로가 더 클지도 모르는데 - - 너에게 고맙다”
“그럼 혹시, 아저씨. 물어 볼게 있는데 - - ”
“뭐?”
“내가 만약 어떤 사랑을 하든 아저씨는 내 편이 돼줄 수 있죠?”
“혹시라니 - -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아이, 그냥 물어 보는 거예요"
“넌 내 유일한 가족이다. 니가 어떤 사람이건 널 사랑하고 믿는다. 어떤 선택을 하건 너의 결정을 믿고 존중하고 지지한다. 됐냐?”
“아 - - 됐다. 맘 놓고 연애 해야지”
“뭐? 나 땜에 연애 못했단 말로 들리는데 - - ”
“뭐 백 프로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 - ”
“이제 내 걱정은 말아라. 아저씨, 보기보다 씩씩한 사람이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지 - - 내공이 쌓이는 거야”
“넵. 알았어요. 아저씨. 하하하하”
사랑은 유쾌한 웃음을 날렸다. 밝아진 사랑을 보며 민준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부모 맘이 이런 걸까?
민준은 요즘 회사생활이 점점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즉부터 회사 내 직급은 재편성되고 평준화 되면서 과거 민준이 처음 일을 배울 때 선후배 위계질서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머리회전이 빠르고 이해관계에 빠삭한 무서운 후배들은 회사 내 실선과 비선을 명확히 구분했고 본인의 정체감도 분명하게 드러냈다.
대학 선후배 그림자는 남아 있으나 명백히 개개인의 역량과 존재감으로 평가받는 현실, 분기별로 나도 모르는 평점이 매겨지고 등급이 정해졌다. 평가자들은 상급자를 포함하고 있지만 동료도 있었고 후배도 있었다. 자신이 다른 사람을 저울질 할 때, 저들도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인력구조도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뽑아내는 철저한 자본주의의 계산이 우선 되었다.
매주 화/목/토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