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남자친구
“왜, 아직은 없는거야?”
“헤헤 - - 아직은요”
“우리 사랑이가 너무 눈이 높은 거 아냐?”
“노, 노. 절대. 그건 아녜요. 난 단지 내가 느끼는 감정을 똑 같이 느끼는 그런 사람을 찾을 뿐 인데 - - 어휴 그게 어렵네요”
“서로 다른 사람 만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수도 있고. 서로 자극 받아 발전할 수도 있고 - - ”
“아저씨가 연애를 한다면 다른 사람을 선택하실 거예요?”
“글쎄 - - 장담은 못 하겠는데, 아마 비슷한 사람을 택할지도 - - 다르다는 건 아마도 불편하고 익숙해지는 게 힘드니까”
“그렇죠?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니까요. 어쨌거나 그 녀석, 감정정리를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네. 일 때문에 계속 봐야 하는데 - - ”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 민준은 자신의 이십대를 돌아보았다. 옆을 돌아볼 여유 없이 앞으로 내달리던 시절이었다. 유통업체 배달로, 화물 상하차일로, 공장 야간 근무자로 숨가쁘게 돈벌이에 매달렸다. 그래야 겨우 등록금을 내고 집세를 내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눈물의 청춘 고단한 젊음이었다.
“안녕하세요? 정 병진입니다”
“누구라고?”
“사랑이 친굽니다. 지난번 밤에 잠깐 뵜던 - - ”
“아. 아, 그래 - - 무슨 일인가?”
“제가 한번 뵙고 싶은데요.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무슨 일인가? 난 사랑이 개인생활에는 개입하는 편이 아니라서 - - ”
“저, 그런 게 아니라 - - ”
“별로 할 말도 들을 말도 없을 거 같은데 - - ”
“그럼 제가 댁으로 찾아뵈면 안 될까요?”
“글쎄 - - 할 얘기가 있으면 사랑이랑 하면 되지 - - 왜?”
“아니, 그저, 음 - - 인생 선배님께 듣고 싶은 말이 있어서 - - ”
“굳이 나에게 해야 할 말인가?”
“제가 떼쓰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잠시 시간 좀 내 주세요”
“음 - - ”
“내일, 사랑이가 학원가는 날이니 제가 저녁시간에 집으로 가겠습니다. 밖에서 식사를 해도 좋고, 아니면 - - ”
“음 - - 알았네. 그냥 집으로 오게”
요즘에는 민준의 생활이 단순해졌다. 언제부터인가 지인과의 모임이나 만남도 거의 하지 않고 회사일이 끝나면 바로 집에 왔다. 사랑이가 있으면 같이 저녁을 먹고 없으면 혼자 간단하게 저녁을 차려 먹고 서재에 틀어박혀 책을 읽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한다. 미리 봐 두었던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들어내고 손보기도 한다. 웃자란 마당 풀을 베기도 하고 몇 안 되는 나무를 가지치기도 하면서 다듬는다.
소소한 일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마음도 가라앉아 평화로운 기분이 된다. 사랑이가 어렸을때는 그런 민준은 따라다니며 쫑알쫑알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 물어대곤 했는데, 지금도 가끔 뒤를 돌아보며 없는 사랑이를 눈으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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