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병진
“아버님이 뭘 좋아하실지 몰라 제 맘대로 사왔는데요”
녀석은 초밥 꾸러미를 들고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한다. 씽크대에서 손을 씻고는 척척 식탁위에 상을 차린다. 스스럼없이 하는 걸 보니 집에서도 엄마를 잘 도우는 아들인 듯 보였다.
아 - 아들이라니 - - 민준은 듬직하게 벌어진 등판을 보며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들, 내게 아들이 있다면 - - 아 -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뻐근해진다.
“괜찮으세요?”
“음, 맛있군. 고맙네”
“사랑이한테 들은 적 있어요. 사랑이를 입양하셨다구요. 그리구 잘 돌봐주신다는 것도 - - ”
“그럼, 사랑이가 왜 아저씨라고 부르는지도 알고 있나?”
“아뇨. 좀 이상하긴 했어요. 그렇지만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그 녀석이 아빠자리는 죽어라고 안 주더군”
“왜 그럴까요?”
“음 - - 아빠가 있대. 자기한테는”
“아 - 그런 거였군. 역시 사랑이답네”
“사랑이답다고?”
“네,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고집스러운데가 있어요. 보통은 쿨한데 - - ”
“누구나 그렇지 않나? 남들이 뭐라든 나한테 소중한건 소중한거니까 - - ”
“그런가요?”
“자네는 그런 게 없는건가?”
“아직은 미성숙한 인간이라서 - - 아침에 결심한 일도 저녁에 엎어지기도 하니깐요”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네, 그게 - - 저는 사랑이를 무척 좋아합니다. 근데 사랑이는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요. 서로 알고 나서야 좋고 싫고, 아니고, 안 맞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근데 녀석은 아예 접근금지를 해버려요”
“자네가 매력이 없나보군”
“아버님이 보시기에 제가 형편없는 놈으로 보이시나요?”
“내가 보는 건 중요하지 않네. 사랑이가 보는 게 중요하지”
“아니 그냥 아버님 의견을 듣고 싶어요. 어쩐지 아버님이 보시는 눈이 사랑이가 보는 눈하고 비슷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 - ”
“그건 그렇지 않네. 난 우선 자넬 딸아이의 남자친구로 볼 것이고, 같은 남자로서 자네를 볼 것이야. 어떻게 비슷할 수가 있나?”
“사랑이는 웅크리고 있어요. 겁먹고 있다구요. 실연이라도 당할까봐 시작도 안하는 비겁한 수를 쓰는 거 같기도 하고 - - ”
“자네 혼자 생각일 수 있네. 사랑이는 속 깊은 아이네. 지금까지 날 실망시킨 적이 없지. 사랑이가 어떤 선택을 하던 난 그 아이를 지지하네”
“아버님이 절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내가 왜?”
“전 아버님이 맘에 드는데, 아버님은 제가 맘에 안 드세요?”
“뭐? 뭐라구? 하하하하 - - ”
넉살이 좋은 녀석이다. 초면에도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 배짱이 있다. 자세히 보니 믿음직한 구석이 보이기도 한다. 사랑이는 왜 이 녀석을 거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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