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21. 약속

by 김정욱

“아버님. 사랑이랑 식사자리 한 번 만들어 주세요. 마지막으로요. 아버님이 사랑이를 보시고 진심으로 절 거절하는거 같으면 깨끗하게 손 들을께요. 부탁드립니다”

그렇지! 연애는 이렇게 하는 거야. 후회나 미련 따위 남기지 않으려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이다. 민준은 고개를 숙이는 녀석을 돕고 싶었다. 사랑이가 이 녀석과 잘 되어 민준과도 친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 - 그런 맘도 들었다.

사랑에게 말을 꺼내기 위해 며칠을 별렀다. 도무지 찬스가 나질 않았다. 사랑이가 눈치를 채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인지도 몰랐다. 녀석과 약속한 지도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사랑아. 바쁘냐?”

“아니요. 왜요 아저씨”

“임마, 왜요는 일본담요가 왜요야”

“아이구, 아저씨. 왠 선사시대 농담을 - - ”

“앉아봐라”

정공법이다. 어려운 일일수록 정면 돌파가 답이다.

“아저씨가 괜찮은 녀석 하나를 알았다. 같이 밥 먹자”

“소개팅예요?”

“뭐 소개팅은 아니구, 너두 알지 모르겠다. 같은 학교를 다니니 - - ”

“이름이 뭔데요? 몇 학년이예요?”

정병진이라고 - - ”

순간 사랑이가 얼음이 되어 민준을 빤히 쳐다본다. 저렇게 사랑이가 쳐다보면 없던 진실도 토해내야 할 분위기다. 민준은 손에 땀이 났다.

“사실은 그 녀석이 집에 찾아왔다. 너하구 얘기 하고 싶은데 니가 곁을 안주다고 - - 나까지 같이 밥 한번 먹는게 소원이라더라 - - ”

아무런 대꾸가 없다. 민준은 조바심이 났다.

“나도 니가 아니라면 아닌 거라 했지. 근데 녀석이 얼마나 진심으로 부탁을 하던지 거절을 못했구나. 그냥 밥 한 끼 먹는 거야 어떻겠니? 아저씨도 같이 갈 거니까”

사랑이는 고개를 숙였다. 잠시 저 혼자 생각에 빠진 것 같았다.

“그러죠. 그럼”

“미안 - - 앞으로는 곤란한 일 만들지 않으마. 흠흠 - -

“그럼 한식부페로 가죠. 주말에 가는 날이잖아요”

“그래, 그러자꾸나”

민준과 사랑은 한 달에 한 번 가까운 한식 부페식당을 다니곤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잘 차려진 밥상이 그리울때면 종종 들리던 곳인데 어느샌가 월 별 행사처럼 되었다.

“자넨가? 낼 7시쯤 우리동네 한식부페식당으로 오게”

“네, 감사합니다. 아버님”

아버님이라니 - - 민준은 흐믓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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