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사랑
민준은 동네 마트 옆에 새로 문을 연 낚시점을 자꾸 기웃거렸다. 혼자 하는 낚시라니 - - 웬만한 남자들이면 한 두 번은 해 봤다던 낚시를 민준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사랑이 말대로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이 가끔씩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저 - - 초보자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아. 그럼요. 어서 오세요”
“어? 마트 사장님?”
“네, 맞습니다. 밥벌이로 마트를 하지만 내 꿈은 작은 낚시가게 하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와, 성공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이 가게는 순전히 취미로 하는 거라 가게도 내가 열고 싶을 때만 열어도 되고, 정말 살 맛 납니다. 하하하”
“부럽습니다. 사실 이렇다 할 취미가 없다 보니 이제부터라도 시작을 해 볼까 하구요”
“잘 오셨습니다. 마침 이번 일요일에 낚시 가는데 같이 가시려우?”
“아. 네. 저야 그럼 좋죠. 선배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내가 올해 예순셋. 김 병만이요”
“네. 저는 쉰 아홉. 정 민준입니다. 회사원이구요. 낼 모레면 정년입니다”
“편하게 말 놓으슈. 오늘 기분 좋은날이네. 동생도 생기고 - - 하하”
마트사장은 털털하고 거침 없었다. 좋은 형님을 얻은 기분에 민준도 좋았다. 번잡한 걸 싫어하는 민준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걸 극도로 경계했다. 동네 낚시점 사장을 형님으로 부를 줄은 몰랐다. 확실히 새로운 만남이란 가슴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다. 주말에 기대하는 일이 있다는 건 모처럼 흥분되는 일이다. 사장이 권하는 대로 몇가지 물건들을 사들였다. 나중에 해 보면서 한 가지씩 장만하면 된다며 비싼 장비는 나중에 사라고 말한다. 나중에 사라는 사장이라니 - - 좋은 사람인 것 같다.
모처럼 일찍 들어 온 사랑이와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일찍 올 줄 알았다면 찬거리를 좀 사둘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열흘에 한 번 있는 일이다.
“그래 어떠냐?”
“아직은 괜찮아요”
“아직이라고?”
“제가 젤 기대하는 게 뭔 줄 아세요? 사회에 나가면 존경할 만한 사람을 만나는 거예요. 멘토로 삼을만한 - - 근데 어쩌면 만날 수도 있을 거 같은 느낌도 있고요”
“그렇지. 좋은 어른을 만나는 건 아주 드문 행운이지”
“근데 실망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그냥 사는 거 같더라고요”
“그냥이라구? 훗- 그냥은 없단다. 그렇게 보일 뿐이지”
“그런가? 암튼 맨날 좋은데 갔다는 얘기만 하고 좋은 차, 좋은 집, 명품에만 관심 있고 좀 실망했어요”
“그건 니가 그 사람들과 사적인 관계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아녜요. 좀 친한 선배하고는 얘기도 많이 하고 일도 같이 다니는데 그 선배가 그래요. 온통 돈에만 관심 있더라구요”
“하기야. 개인마다 가치관이 다를테니 - - 다른 건 다를 뿐 좋고 나쁨이 아니란다”
“그런가? 아무튼 그래요”
“그래 젤 어려운 게 뭐냐?”
“아무래도 기사를 쓰려면 취재를 많이 나가는데 대체로 사람들이 성의가 없어요. 우리 잡지가 인지도가 없어서 그런지, 우리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래서 전 그냥 사람공부 한다고 쳐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렇구나 저렇구나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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