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민준
“그래. 사람 대하는 일이야말로 젤 어렵다고 할 수 있지. 그나저나 장하구나. 씩씩한걸 보니 - - ”
“어쩌겠어요. 시작한 일인데, 앞으로 나갈 수밖에 - - ”
“그런가? 하하”
밝은 얼굴이다. 속은 새까맣게 탈지언정 겉으로는 씩씩한 녀석이다.
“아. 이번 주말에 낚시 갈 건데. 시간 되면 같이 가도 되고 - - ”
“낚시요? 아저씨 낚시 안 하셨잖아요?”
“지금부터 해 보려구. 있잖니 마트 사장이 낚시점을 새로 냈거든. 그 사장하고 갈 거야”
“좋은 소식이네요. 근데 연애가 더 좋은데 - - ”
“예끼, 아직도 연애타령이냐?”
“아저씨, 더 늦기 전에 연애를 해야 한다니까요. 글쎄”
“그래 알았다. 낚시 가서 한 번 잘 찾아볼께”
“물가에서 찾아지려나? 거긴 아줌마들만 있는 거 아녜요?”
아직도 연애를 하라고 채근하는 걸 보니, 녀석은 따로 좋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민준이 혼자 있으니 드러내질 못하는 게 아닐까. 사랑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민준에게 이제 사랑이 없다는 걸 알면 사랑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갑자기 쓸쓸해진다.
민준은 정년을 기다리는 일이 너무도 지루했다. 이미 회계과에서 처리하던 일들은 하나 둘씩 회계 법인으로 넘어갔다. 민준의 보직도 기획팀으로 변경됐고 직원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옛날 인사과에서 하던 일들도 대부분 사외 용역회사로 분담이 되고 필요한 인원은 그때그때 계약직으로 한 달, 세 달 혹은 일 년씩 고용됐다. 이미 회사 내에는 정규직으로 부르는 직원은 팀장 몇 명과 관리직원 몇 명 임원들만 있을 뿐이다. 어제까지 같이 일했던 직원이 달이 바뀌면 나타나지 않는 일이 흔했다. 환영회니 송별회는 머나먼 옛 이야기가 되었다. 메일 한 통으로 채용이 되고 해고가 되는 세상, 사람이 귀하게 대접받고 경력을 존중하던 문화는 저멀리 사라졌다. 팀웍이나 애사심 충성심은 없다. 다만 존재하기 위해 투쟁할 뿐. 민준은 자신의 젊은 날이 지나버렸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아마 지금 세상이면 견디기 어려웠을것이다. 매순간 자신을 드러내고 증명해야 하는 현실, 지원서를 백통쯤 써야 입사할 수 있고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통신망에 넘치는 정보까지 정말 어지러운 세상이다.
"아버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아버님이라니 - - 내게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녀석은 누구지? 아, 병진이 그 녀석인가?
“누구? 병진군인가?”
“네, 맞아요. 아버님. 저 병진입니다. 잘 계셨죠?”
“그런데 술이 좀 된 거 같은데, 다음에 전화하게”
“속상해서 - - 네, 속상해서 마셨어요. 취하긴 했는데 정신은 말짱해요”
“무슨 일인가? 오랜만에 전화해서 - - ”
“아. 오랜만이죠. 사년인가? 오년인가?”
“그래. 자넨 잘 지내나?”
“네. 근데 잘 못 지내는 거 같아요”
“무슨 일 있나?”
“첫사랑, 그녈 아직도 사랑하고 있죠. 그녀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사랑, 하 - - ”
“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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