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31. 병진

by 김정욱

“죄송합니다. 아버님. 근데 이건 아니잖아요 - - ”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저 그동안 열심히 살았어요. 교환학생으로 이년간 외국에도 있었구요. 외국인 회사에 잠시 다니기도 하구, 아 - - 지금은 잘 나가는 외국어 학원 강사예요. 대학에 강의도 나가구요. 돈도 많이 벌어요. 친구들보단 - - ”

“잘 됐구나”

“얼마 전, 사랑이 생일 때 잠깐 만났어요. 아주 오랜만에. 사랑이가 그러더라구요. 절 좋아한 적이 없다구요. 좋아한 일이 없으니 잊을 일도 없다구요. 그러면서 자기 사랑은 아직도 진행형이래요. 때가 오면 알거라네요”

“사랑이 맘이 그렇다면 그런 거야 - - 속상하겠지만 그만 끝내버리게. 자네 정도면 좋은 사람은 얼마든지 다시 만날 거야”

“아버님, 그게 제 마음대로 안 된다니까요. 제가 너무 바보 같지만 어쩔 수 없어요. 사랑이는 어쩌면 저한테 그럴 수 있죠. 내 맘을 잘 알면서 - - 왜?”

“내가 보기에 자네가 맘 정리 하는 게 맞는 거 같네. 미안하네 - - 그만 사랑이를 잊어주게”

“아버님. 아버님. 전 정말 안 되는 걸까요?”

“그만 끊네”

외사랑. 얼마나 고단한 노릇인가?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가 얼마나 야속할까?

민준은 병진이 빨리 깨닫길 바랬다. 세상은 넓고 여자는 얼마나 또 많은가 말이다. 한때는 녀석이 맘에 들어 사랑이와 잘 되길 바란 적도 있었다. 그렇게만 되면 아들하나 덤으로 얻는 일이 될테니 생각만으로도 흐믓한 일이다. 이제는 모두 물 건너간 일, 그나저나 사랑이, 이 녀석이 몰두하고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사랑아. 아저씨한테도 시간 좀 내 줘”

“헤헤. 워낙 이 몸이 인기가 높아서 - - ”

오랜만에 주방에서 마주친 녀석에게 슬쩍 말을 건네 본다.

“아. 참. 이번 주말에 낚시 가신다고 하셨죠?‘

“그래”

“어쩜 시간이 날지도 모르겠어요. 약속은 못하지만”

“어련하려구”

“시간이 되면 따라가도 되요?”

“언제든 환영”

“알았어요. 아저씨. 역시 아저씬 나의 수호천사야”

“수호천사?”

“영원한 팬이기도 하구요”

“너 혼자 생각 아니냐?”

“헤헤. 그럴지도요”

“녀석하고는 - - ”

공부가 많다며 후딱 한 그릇 챙겨먹고 제 방으로 들어간다. 할 일이 많다는 건 아직 젊다는 것.

좋을 때다. 좋은 시절이다.

토요일 저녁. 혼자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낚시점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내일 아침 일찍 나서려면 뭔가를 준비를 해야 할테지만 처음이라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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