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33. 민준

by 김정욱

“내가 쓸데없는거만 물어 보고. 미안 하이 - - 혹시 말이야. 자네 재혼 생각이 있으면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재혼요? 뭐 이 나이에 - - ”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혼자 보다 둘이 낫구만. 딸래미는 시집 가버리면 그만이구”

“에이 - - 혼자 사는 게 편해요”

“처제가 하나 있는데 사별이야. 사람은 참 좋아 - - ”

“아니요. 혼자가 좋아요”

“사람도 참 - - 나중에라도 맘 변하면 얘기하라구”

“아. 네”

다섯시간 동안 물가에 앉아 그을리다가 매운탕 한 그릇 먹고 돌아서니, 신사장은 서운한 듯 자꾸 물가로 시선을 던진다.

“해 질 무렵이 좀 되긴 되는데 - - 너무 늦겠지?”

“오늘은 그냥 철수하고 담에 조용한 날 다시 오죠”

“그러지. 뭐 - - ”

오늘 사랑이는 같이 낚시 가겠다고 그러더니 아마도 그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탕탕탕- 전자키로 바꿨지만 녀석은 술 마시고 오는 날이면 문을 두드려댄다. 민준은 쯧쯧 혀를 찼다.

다 큰 처녀가 술 마셨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담에 정신이 들면 한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매번 잊어버린다. 오늘도 주말인데 나갔으려나 - -

민준은 회사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정년까지 이년정도 남아있지만 지금 퇴직해도 회사는 아쉬울리 없다. 언제부터인지 효율성, 가성비만 따지는 세상이 되었다. 이십몇년 경력쯤은 컴퓨터 프로그램 하나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 사람의 가치는 떨어지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가치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모든 기능은 컴퓨터로 들어가고 사람도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인 것이다.

민준은 자신 앞에 남아 있는 시간을 떠올렸다. 이십년쯤 될까 아니면 삼십년. 그 긴 시간동안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 -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 병이 들면 곤란 할테니 건강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몸과 맘이 건강해야 온전히 살 수 있을테니 무조건 건강을 챙겨야 한다. 산 건너 계곡을 지나 어렵게 도착했지만 눈앞에 끝 모를 빙하가 펼쳐진 느낌이다. 집에 들어오기 전,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운 마음에 신사장과 캔 맥주 하나씩 나눠 들고 도로가 화단에 걸터앉아 두서없이 이 말 저 말 꺼냈다.

“부러워요. 신사장님”

“뭐가?”

“그냥요. 잘 사시는 것 같애서 - - ”

“사람 참 싱겁기는 - - 그런 자네는 잘 못 지내는건가?”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자꾸 맘에 여유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바쁜 일도 없이 조급한 마음이 생긴달까 - - 잘 모르겠어요”

“하긴. 이젠 직장을 그만두면 한 동안은 마음이 허전할 거야. 직장 다닐 때가 좋았다는 생각도 들고.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무언지 생각해 보고 - - 다시 시작 하는 거야. 이제부터는 시간을 아껴 써야 되. 금방 가버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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