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사랑
“그런가요? 전 빨리 시간이 지났으면 하는데요. 잘 사는 게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 - ”
“사람 참. 보기보단 감상적인데가 있군. 마음이 여린 사람이야”
“사실. 제가 젤 부러운 사람은요. 싸움 잘 하는 사람하고 독한 사람예요”
“예끼. 사람 참. 하하하하”
집 마당에 들어서니 거실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어쩌면 사랑이 녀석이 날 기다리고 있는건가 생각이 들면서 조급한 맘이 들었다.
“오셨어요? 늦었네요”
“그래”
“많이 잡으셨어요?”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물때가 안 좋다고 하더라. 잡지는 못하고 매운탕만 먹고 왔다”
“어떠셨어요? 마트 사장님하고 케미는?”
“좋은 사람 같더라. 앞으로 자주 만날 것 같구나”
“아 - 안심. 드디어 동네 친구 한 분 사귀신건가?”
“뭐? 안심이라고? 니가 내 걱정을 하는 것처럼 들리는구나”
“에이 - - 다 알면서 모른 척 하시기에요?”
“그건 그렇구, 넌 요즘 어떠냐?”
“조금 바쁘고 조금 피곤하구 그래요”
“연애는 하는 거냐?”
“후후. 누구와 똑같은 말을 하시네요?”
“누구?”
“있어요. 오지랖 넓은 친구”
“젊은 시절도 한 때다. 놓치지 말고 연애도 해라”
“사실, 아저씨. 아저씨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사내들 속셈 말이냐? 어느 정도 알기는 하지. 근데 그것도 사람 나름이라 - - ”
“그 오지랖 친구가 제안을 했어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중을 모르겠어요. 진짜 지 말대로 단념하기 위해선지 아님 딴 마음이 있는 건지”
“제안이라니 어떤 제안인데?”
“10번만 만나재요. 그런 건 처음 대시할 때 쓰는 거잖아요. 맞죠?”
“혹시?”
“혹시 맞아요. 병진예요. 내가 저에게 첨부터 맘이 없다고 말했는데도 이 친구가 미련이 남는가 봐요. 내가 저에게 맘이 없다는 말을 안 믿는 걸까요? 아님 다시 시작하고 싶은 걸까요? 지 말로는 단념하기 위해서라네요.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고 싶대요”
“그래서 너는 오케이 했구?”
“아직 답을 안했어요”
“정말 병진이가 널 많이 좋아하는구나. 니가 그 제안을 받아 드리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 너두 니 맘을 확실하게 알테구”
“그럴까요. 그럼”
“왜? 자신이 없는 게냐? 아니면 맘에 걸리는 뭐라도 있는 거냐?”
“그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얘기를 듣고 싶어 할 것 같아서. 얘기해도 될까요?”
“글쎄다. 니 맘이 가는대로 하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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