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36. 낚시

by 김정욱

“흠 - ”

순간 민준은 탄식이 나왔다. 어쩌자고 이 녀석은 제게 맘을 주지 않는 사랑이를 좋다고 하는가?

하기야 지 맘을 어쩌지 못하는 녀석도 답답하기는 하지만 상처받는 녀석이 눈앞에 그려져 맘이 쓰렸다.

“그래서, 사랑이가 순순히 얘기를 해 주던가?”

“입을 다물기는 했는데, 일단 들어봐야겠죠?”

“공연히 힘만 빼는 거 아닌가? 때론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네”

“사랑이가 질문은 하지 않고 듣기만 한다면 말 해 준다고 했어요. 아마 담에 만나면 얘기를 들을 수 있을꺼예요. 그렇게라도 하는 게 낫겠죠?”

“흠. 난 자네가 걱정 되네. 쓸데없는 일을 벌이는 것 같애서 - - ”

“아녜요. 이미 상처는 받았구요. 얘기는 그냥 들어 볼라구요. 제가 바보 같죠?”

“자네 맘이 편해진다면 하는 수 없지만 - - ”

“혹시라도 이상한 얘길 들으면 아저씨한테 말씀 드릴께요. 그래도 되죠?”

“그래. 알았네”

외사랑이란 게 사람을 많이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하는 법이다. 사랑이란 순전히 내 마음으로 하는 것이어도 사랑이란 본디 흐르는 마음인 것이다. 상대가 알아주고 받아주고 마주 보아야 빛날 수 있는 것을 - -

낚시가게 김 사장에게 콜이 왔다. 내일 일박으로 밤낚시를 가자고 한다.

민준은 무조건 오케이. 지금은 누구라도 같이 있어주기만 한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이제껏 남들에게 곁을 주지 않던 민준이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목이 저절로 길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한 친구 한 두 명쯤 남겨두는 건데 - - 뒤늦은 후회를 한다.

“어디로 가세요?”

“암말 말고 나만 따라오라구”

“이번에 냄비 속에 고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고기를 볼 수 있겠죠?”

“사람 참 - - 낚시란 게 본디 세월을 낚는 거잖나, 마음이 급해지면 안 돼요”

“하하. 알아요. 알아. 그냥 한 번 해본 소리예요. 딸래미한테 자랑 좀 해보려구요”

“오늘은 바람이 없어서 기대해도 될 거야”

믿음직한 형님과 낚시여행이라니, 저절로 마음이 느긋해졌다.

“형님은 형수님하고 연애하셨어요?”

“연애? 작은 동네가 소란하도록 연애를 했지”

“정말요?”

“아니 내가 그렇게 안 보인단 말인가? 나두 젊었을 때는 뜨거웠다구”

“흠. 나중에 형수님한테 물어봐야겠네요”

“우리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거든. 처가에서 엄청 반대를 했어. 만난다고 두들겨 맞기도 했지. 처남한테 - - ”

“근데 결혼하신거 보니 사랑을 쟁취하셨네요?”

“둘이 밤도망을 했지. 나중에 붙들려 오기는 했지만 - - 흐흐”

“어이구. 사고를 치셨네요”

“어쨌거나 잘 살면 되는 거지 뭐”

“형님 아이들은 다 결혼했죠?”

“작은놈은 했는데 큰놈은 혼자야. 원 누굴 닮아 연애도 못하는지 - - ”

“아직 인연을 못 만났겠죠 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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