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속마음
“저 - - 아저씨. 혹시 - - ”
“무슨 이야긴데 이렇게 뜸을 들이냐?”
“외국에서 사는 거 생각 안 해 보셨어요?”
“외국? 난 싫다. 말도 안통하고 정서도 다른데 - - 딴 나라에 가서 소수 민족으로 사는 거 난 싫다”
“그렇게 강경하게?”
“그야 - - 잠깐 여행을 하거나 공부 하러가는 건 몰라도 웬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바짝 신경 쓰고 사는 것도 피곤하고. 왜?”
“아니. 그냥 - - ”
“할 말 있으면 쭉 해 봐. 답답하게 하지 말고. 무슨 일이냐?”
“그냥요 - - 좋아하는 사람이 그러자고 하면 어떻해요?”
순간 쿵- 민준은 심장이 떨어졌다. 그 얘기군. 그 얘기였어.
“내가 알아 듣게 찬찬히 얘기해 봐라”
“그게 - - 그러니까”
민준은 사랑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사랑이가 만나고 있는 놈이 원하다는 그런 말 아닌가? 도대체 왜 그 놈은 제 나라에서 못 사는겐가?
“아저씨. 무섭게 노려보지 마세요. 쫄려서 말이 나오다가 도로 들어가겠어요”
“그래. 아니다. 암 말도 안 할테니 말 해 봐라. 무슨 얘긴지 - - ”
“호호호. 아저씨. 긴장 하셨나봐요. 긍정과 부정이 섞여 있어요. 그렇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말을 하라는 거예요? 말도 하지 말라는 거예요?”
민준은 끓어 오르는 화를 참느라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저씨. 화 내지 마세요. 꼭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이를테면 그렇다는 거죠”
“부도덕하던지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게 있는 모양이지 지 놈이 생각하기에도 - - ”
“하하하 - - ”
사랑은 목젖이 보이도록 한껏 웃어 제꼈다.
‘이건 뭐지? 날 조롱하는 건가?’
“역시 세대차이라니깐. 그게 아니고요. 만약에 말이예요. 만약, 이프”
“글쎄 왜 만약이란 생각을 하는거냐?”
“아저씨는 오 아니면 엑스, 딱 그거군요”
“나, 지금 이상한 생각이 자꾸 드는구나. 니가 친절하게 설명을 안 해 주면 오해가 생길꺼라구.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겠냐?”
“좋아요. 제 생각을 끝까지 말할께요. 대신”
“대신?”
“중간에 말을 끊지 않기. 질문하지 않기예요”
“듣기만 하라는 거냐? 이해를 하든 말든?”
“그건 아니구요. 제가 끝났다고 말하면 물어보셔도 되요”
“좋다. 알았다”
민준은 저도 모르게 목줄기가 뻣뻣해졌다. 등근육도 뻐근해졌다. 이제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사랑이가 하는 얘기를 토씨 하나라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제가 말이예요. 오랫동안 어떤 사람을 좋아했어요. 처음엔 그게 사랑인줄 몰랐죠. 근데 이상하게 머리로는 아니라고 하는데 가슴은 맞다고 - - 그게 사랑이라고, 사랑이 맞다고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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