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단 한 사람
“사랑아. 사랑아. 진정해라. 진정해 - - 알았으니 진정해. 이 아저씨가 다 해결해 줄께”
실내,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들렸다.
‘저 사람들 뭐야? 뭐야?’
민준은 사납게 사람들을 노려보며 사랑 어깨를 감싸 안고 문을 나섰다.
“우리 잠시 놀이터에 가서 한 숨 돌리고 갈까?”
깜깜한 놀이터가 텅 비어 있다. 가끔 산책 나올 때 들리곤 하던 곳이다. 요즘은 낮 시간에도 놀이터에 어린애들이 없다. 어린아이도 바쁜 세상이 된 건가? 사랑은 울음을 그치고 약간 머쓱해져서 저 혼자 그네에 앉아 있다. 쑥스러운 모습을 감추기엔 역시 어둠이 필요하다.
“근데, 아저씨. 다 물어 본거예요?”
“응, 니가 다 얘기 했잖아”
“아직 누군지 모르면서 - - ”
“아 - 누구라면 내가 알겠니? 알고 모르고는 이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데, 젤 중요한데 - - ”
“그래?”
민준은 벤치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도로 앉았다. 다시 몸이 경직되었다.
‘침착, 침착해야 되. 도와주기로 했잖아 - - 도와주기로 - - ’
사랑은 아무 말이 없다. 역시 말하기 힘든건가?
“이렇게 말하긴 싫었는데 - - 예쁜 옷 차려 입고 예쁜 모습으로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 - ”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잘 들어야 되”
어느 틈에 사랑은 민준의 무릎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래”
“지금 말한다. 지금이야. 지금”
“그래 알았어. 나 준비 됐어. 니가 무슨 말을 해도 놀라지 않을께”
“내가 이 세상에서 젤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은 바로 윤 민준이야”
“누구라고?”
“윤 민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순간 민준은 뭔가로 뒤통수를 맞은 사람처럼 헉 - 외마디를 지르며 쓰러졌다.
“아저씨. 아저씨. 왜 그래? 무섭게. 정신 차려 봐요”
그때 민준은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 어디론가로 가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폭죽이 터진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아저씨. 아저씨”
사랑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저 먼 곳에서 아스라이 들리는 느낌이다.
‘이게 뭔 일이지? 뭔 일이야 - - ’
땅과 하늘이 바뀌고 오대양이 높이 솟아올라 자리를 바꾼다면 몰라도 어떻게 이런 일이 - - 어처구니없는 이런 일이 나에게 - - 내 인생 겪어야 될 시련이 남은건가?
한동안 뒤따라오던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돌아보니 어둠뿐. 사랑은 집으로 돌아간 건가? 이 어둔 밤길을 혼자? 민준은 다시 가던 길을 되돌아 허둥대며 걸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 만치 산이 보인다. 언젠가 와 본적이 있다. 집에서 제법 거리가 먼 곳이다.
그나저나 사랑은 언제쯤 돌아간거지? 집에는 잘 간건가? 급해지는 맘에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헉헉대며 집에 도착하니 문이 살짝 열려있다. 이 녀석이 문도 안 잠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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