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45. 진실

by 김정욱

일층 거실과 주방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시계를 보니 12시 40분. 생각보단 늦지 않은 시간이다.

이제 녀석과 얘기를 더 해야 하는건가? 사랑 생각을 하니 또 온 몸이 굳어진다. 그냥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맘을 뜨겁게 달구지도 흔들지도 말고 그저 조용하게 조용하게 - - 어제처럼.

사랑은 씽크대에 붙어서서 뭔가를 하고 있다. 민준은 조용히 이층으로 올라갔다.

“아저씨. 안 주무시는 거 알아요. 드릴 말씀 있어서 - - 아래층에서 기다릴께요”


문밖에서 사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밤에 또 무슨? 오늘 들은 말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 - ’

“낼 하면 안 되겠니?”

순간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안 돼요. 지금 해야 돼요”

“피곤하구나. 낼 하자”

“그럼, 제가 들어갈까요?”

“뭐?”

벌써 방문이 열리고 사랑이가 들어섰다.

침대 한쪽에 풀어져 앉아 있던 민준은 벌떡 일어섰다. 사랑이를 막아서며 문 밖으로 밀어냈다.

“아저씨. 진심을 듣고 싶어요”

“뭐?”

“아저씨 맘을 알고 싶다구요”

“너무하는구나, 너무 몰아치고 있어”

“아무 생각하지 말고 진심만을 말하면 되요”

“오늘 들은 얘기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야. 제발 - - 시간을 좀 다오”

“시간은 많죠. 얼마든지 - - ”

“그래. 낼 아니 담에 얘기하자”

“좋아요. 아저씨가 얘기 하고 싶을 때 해요. 그때까지 난 바싹바싹 말라 갈꺼예요. 낼부터 아무데도 가지 않을꺼구. 회사요? 그게 뭐라고”

“사랑아. 얘야. 너도 맘을 가라앉혀. 우리 침착하자. 침착”

“난 이제까지 혼자 끙끙대며 고민하고 고민하고 충분히 괴로웠다구요. 이제부터 아저씨가 고민하세요. 이제는 아저씨 문제예요“

거칠게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민준은 스르르 주저 앉았다.

‘이게 뭐지? 이젠 어떻게 하지? 어쩌지 난?’

민준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을 맞았다. 조용히 주방으로 내려와 냉장고를 열었다. 아침엔 따뜻한 국물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재료들을 뒤적였다.

"아저씨 안녕”

사랑은 아무렇지도 않게 밝게 인사하며 민준의 등 뒤에 찰싹 몸을 붙인다. 순간 민준은 놀라 돌아보았다.

“힝 - 어때서. 사랑하는데 - - 히잉”

“슷 - 다 큰 처녀가”

“힝.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뭐가 어때서 - - ”

“사랑아. 제발 - - ”

“칫. 아저씨는 겁쟁이”

“이것저것 넣고 국 좀 끓였다. 밥 먹자. 회사 가야지”

“나 회사 안 갈 껀데”

“뭐? 회사는 왜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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