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2월 말 쯤,
한 서방이 지인의 소개로 직장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우리 자식들이 취업 했을 때만큼이나 정말 기뻤단다.
난 막 소리를 질렀어. 야홋! 이젠 됐다!!
세상 모든 근심을 털어 버린 듯,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니 아빠한테도 당장 전화를 했어.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 웬만한 일로는 전화를 하지 않는데, 이 기쁜 소식은 빨리 알려야 했다.
니 아빠는 나보다 더 흥분해서 오늘 저녁 모이자고. 축하를 해야 한다고. 자기가 쏘겠다고 했다.
근처 식당에서 배부르게 먹고, 술 한 잔씩 걸치고 우리 네 식구는 밤 산책을 했지.
너는 한 서방 팔짱을 끼고 깡총깡총 뛰고, 엄마도 오랜만에 아빠 손을 잡았단다.
좋았다. 무조건 좋았다. 이런 게 행복이려니- - -
3월이 되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니가 까칠해진 모습으로 저녁시간에 집에 왔지.
"엄마, 김치 좀 줘"
내가 냉장고를 열어 이것저것 챙기자 니가 그랬지.
"다른 건 됐어"
한 서방이 니가 만든 반찬만 먹는다고.
그러고 보니 한 서방이 통풍이 있어서 식단에 이것저것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었다.
마음이 쓰여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한 서방에게 전화를 했지.
너에게 물어 보면 괜찮다고만 할 거 같고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좀 안 좋아서 약을 먹는다고 했어. 조금만 부주의 하면 금방 안 좋아 진다고. 그러면서 죄송하다고.
난 대뜸 말했지. 아픈 사람이 뭔 잘못이냐고. 죄송할 일이 아니라고. 몸 조리 잘 하라고.
전화를 끊고서도 마음이 진정 되질 않아 한동안 안절부절 했다.
사랑하는 공주야. 엄마는 이때 많이 속상했단다.
하필 우리 한 서방이 몹쓸 병에 걸려서 고생하는 것도 그렇고, 우리 공주가 동동거릴 생각하니 눈물이 났어.
한편으로는 평소 조심하고 살면 큰 병은 걸리지 않아 좋은 거라며, 스스로 위로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은 무거웠지.
공주야.
그 후로도 한 번의 투덜거림도 없이 꿋꿋하게 잘 헤치고 나가는 널 보며, 오히려 엄마가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