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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by 김정욱

10-13. 그렇게 한 서방을 잘 보살피며 지내던 어느 날,


한 서방한테 전화가 왔지.

아마 11시경 늦은 밤이었어. 니가 열이 많이 난다고. 난 너를 바꾸라고 해서 잠깐 통화를 했지.

"요즘 어린이집 일이 많아서 며칠 무리를 했어. 몸살 난거야, 몸살. 병원에도 갔다 왔구- - 약도 먹구 - - 걱정 마요- - 한 서방이 괜히 놀래서 그래. 괜찮아요. 괜찮아 - - 푹 자면 낫겠지. 뭐"

난 푹 자라고,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얼른 자라고 말했고. 그 다음 날이 다행히 토요일이어서 나는 니가 푹 쉴 수 있겠거니 생각했고. 너도 한 숨 푹 자면 좋아질거라고 생각했고, 한 서방이나 니 아빠도 다들 그렇게 생각 했을거야.


헌데, 공주야.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다음 날이 휴일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부질없는 생각이 드는구나.

알고보니 니가 바쁜 중에도 몸이 열이 나고 안 좋아서, 가까이에 있는 동네병원에서 몸살감기약 처방을 받았고, 이삼일 약을 먹고 있었다고 그러더라. 그런데 계속 열이 안 떨어졌고 그렇게 주말을 맞은거지.

주말이 아니었더라면 한 번 더 병원을 갔을 테고, 그러면, 어쩌면, 널 영영 먼 곳으로 보내지 않아도 됐을지 모르는데 - - -


니가 한 서방한테 애를 쓰고 있는 동안 정작 스트레스로 니 몸이 상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니. 하기야 니가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한 몸에도 깡다구가 좀 있기는 했지만 말이야.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 안 하고 야무지고 단단하게 커 온 니가 아니더냐? 엄마나 아빠나 아니 한 서방도 니가 허무하게 우리 곁을 떠나 갈 줄 정말 몰랐구나- - -


월요일 아침에도 몸을 추스르지 못한 니가 직장에 병원 갔다 온다고 전화를 하고, 한 서방과 니가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출발을 하고, 엄마 아빠는 12시쯤 출발을 했지.

그때까지만 해도 니가 전격성간염(?),간성혼수(?)가 되리란 건,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검사 받는 동안에도 정신이 있던 니가 병실로 돌아와서 혼수상태가 되다니. 이런 날벼락이 있을까?


뜨거워진 몸이 식지 않고, 간 수치는 계속 높아지고, 면역력은 뚝뚝 떨어지고.

이런 일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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