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그녀는 습관처럼 '순아 -'를 불렀다.
딸이었다.
나이는 열여덟, 정신은 대여섯살, 맑은 피부를 가진 웃음이 헤픈 아이였다.
건강하고 우량한 체형으로 귀여운 인상이다.
그러나 맞추지 못하는 시선과 실없이 흘리는 웃음으로 10초만 지나도 누구든 알아챘다. 거친 세상에 부대끼기에는 힘든,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는 걸.
정이는 가슴 한쪽이 시려왔다. 힘든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니.
오늘 밤, 아랫채에 살고 있는 순아 엄마랑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남편은 야근 들어가고 아이는 잠들고. 조금 전, 친정 엄마 전화로 뒤숭숭 맘이 심난해져, 주방에 홀로 앉아 있던 소주병을 탈탈 털던 참이었다.
"자우?"
"아니요. 들어 오세요 - -"
"아냐. 우리 방으로 건너 올래? 괜찮으면"
"네 - -"
각별히 친한 사이도 아니지만 정이는 냉큼 일어섰다.
친정 엄마 연배로 보이는 그녀는 재래시장 안에서 국밥집을 하고 있었다.
딸과 둘이 살고 있고, 아저씨는 지방 어딘가에 따로 계시다는 말만 들은 것 같았다. 늘 낮에 혼자 집을 지키는 순아가 온갖 저지레를 해서 신경 쓰이고 골치 아프다고 생각해 온 정이였지만, 오늘은 왠지 거리낌 없이 아랫채로 건너갔다.
순아 엄마는 지친 모습으로 상 앞에 앉아 있고 상위에는 가게에서 가져온 듯한 돼지머리 고기가 올려져 있었다. 냄비에 담겨 있는 그것을 한 번씩 쳐다보면서 정이는 손에 들고 있는 소주를 찔끔찔끔 마셨다.
"불이 켜 있길래 그냥 불렀어- - -내가 술은 잘 안 하는데, 오늘은 웬지- - -마시고 싶어지네 - - -"
정이는 묵묵부답.
순아 엄마도 묵묵.
저마다의 생각으로 골몰해져, 말은 없었지만 불편하지 않는 침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