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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by 김정욱

12-14. 진 목수는 한 달여를 함께 지냈다.


순아도 '아빠, 아빠' 하며 아빠 손을 꼭 잡았다.

실로 오랜만에 순아에게서 놓여난 연숙은 매일 청소를, 빨래를 했고, 커튼을 새로 달고 제대로 된 밥상과 그릇을 장만했다. 허둥대며 시장을 봤고, 지지고 볶고 음식들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진 목수 신발은 항상 밖을 향하도록 돌려놓았다. 언제든 신고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오늘이 매번 마지막 날처럼 아깝고 애틋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순아는 진목수가 서둘러 특수학교에 입학을 시켰고, 순아는 학교가는 재미에 푹 빠졌다.

추석이 한 달쯤 남은 어느 날 아침. 새벽부터 서두는 폼이 오늘이 마침내 그가 떠나는 날이었다.

그가 내민 통장을 받아 들고 연숙은 그만 또 눈물을 삼켰다.


"다음에 올 때, 혼인신고를 함세"


그 때가 언젠지 묻지는 못했다.

가족은? 부인은? 딸아이는? 어머님은 어떠시냐고 안부조차 묻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영낙없이 큰 죄를 저질러버린 조바심에 가슴이 떨리는 그녀였다.


"딸아이는 이모 집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어머님은 요양원에 계시고. 안사람과는 진작에 인연이 끊겼네. 내가 다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겨 얼마나 좋은지. . . 자네에게 정말 고맙네. 다시 날 불러줘서. . ."


그렇게 진목수와 연숙은 주말부부처럼 월말부부처럼 일 년에 백일쯤 함께 살았다.

어느 날, 갑자기 꿈처럼 수현과 수진이 찾아왔다.

진 목수는 일터로 떠난 뒤였지만 수현과 수진, 순아와 연숙은 어색한 조우를 했다.

연숙은 십 수 년을 돌아 다시 만난 아이들 눈에서 당혹감과 경멸을 읽고 씁쓸한 웃음을 삼켰다.


'내- -아무 말 않으마. 다시는 너희를 못 본다 해도- - -'


순아는 수현을 '아빠 아빠'하며 치근댔다.

순아가 보는 모든 남자는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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