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의 하루

by 김정욱

2-10. 희노애락,


자신의 몫을 감당하며 긴 세월의 강을 건너, 오늘 이 자리에 다다랐다.

누구나 그러하듯 모두 열심히 살아왔다.

열심히 살아 온 어르신들은 마땅한 대우와 존경을 받아야 하건만 현실은 너무나 쓸쓸하다.


센타의 아침은 정신없이 돌아간다.

복지사와 직원들이 각자 어르신댁으로 한 분 한 분 모시러 간다.

코스도 각 각 달라서 동시에 세 사람이 움직이는데도, 센타에 어르신들이 모이는 시간은 제각각이다. 들어오시는 대로 항상 자신이 앉으시는 자리에 앉으신다.

숨을 돌리고 커피 타임. 따뜻한 차를 마신다.


이때부터 자연스레 이어지는 토크시간.

어르신끼리 얘기 하시는 시간, 자유시간이다.

종종 다른 사람 말은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통의 시간이라기 보다는 그냥 말하는 시간, 입 떼는 시간이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은 이 시간도 아주 귀중하다.

오랫동안 혼자 계시면 처음엔 혼잣말로 중얼중얼 나중에는 집 안 물건과도 대화를 하신다. 오래 된 냉장고를 툭툭 치며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넌 왜 밤 낮 없이 시끄러운겨? 하기사 너두 나이를 먹었으니- - "


울증이 오기도 하고 치매가 되기도 한다. 혼자 있기 보다는 이런 센타라도 나오는 것이 좋은 이유다.


옷을 바꿔 입지 않고 일주일 내내 같은 옷을 입고 오시는 경우도 많다.

특별히 애착을 가지는 옷도 있지만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복지사가 알아채고 옷을 갈아 입혀 오기도 하고, 다른 옷을 챙겨 오기도 하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 함께 사는 가족이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살가운 딸이나 며느리가 같이 산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노인이 된다는 건 점점 투명인간이 되는 과정이다.

존재감이 없어지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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