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젊은이들은 바쁜 직장인이고,
노인네는 그저 그림처럼, 있는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하는 줄 안다. 아무 일 없는 것이 잘 있는 건 줄 안다.
"어머님. 별 일 없으시죠? 식사는 잘 하시죠?"
별 일은 무슨 별 일? 식사는 무슨 식사?
이건 마음이 빠진 형식적인 안부다.
별 일이 없어야 나한테도 별 일이 안 생기기 때문이다.
"어머님. 요즘도 뜨개질 하세요? 뜨개질은 어깨도 아프고 눈도 침침하니 하루 30분만 하시구요. 제가 지난번에 갖다드린 소설책(요즘은 큰 글자로 잘 나와있다. 도서관에 가면 2주간 대출이 가능하다), 큰 소리로 하루 한장씩 읽어주세요. 이번에 내려가면 뭔 얘긴지, 얘기해 주셔야해요. 오늘 맛있는 갈비탕, 뼈 없는거요. 택배 가니까 꼭 하루에 한 개씩 드세요. 어머니 고기 안 좋아하시는 거 아는데, 그냥 '이건 약이다' 생각하시고 드셔주세요. 다음번에는 다른 걸로 주문해 드릴께요. 어머니. 사랑해요- - -"
이럴 수는 없는지- - -이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인지- - -
실제로 큰 소리로 책읽기는 노인생활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점점 무너져가는 기억력을 살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눈으로는 문장의 맥락을 따라가니, 처음엔 어색하나 은연중 생활의 활력이 생기고 인지능력에 도움이 많이 된다. 가능하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을 해서 다시 들으면(휴대폰을 이용하면 된다) 더 기분이 새로워지고 재미를 붙이기도 한다. 물론 필사를 같이 하면 좋겠지만, 실제로 어르신들은 필사를 힘들어 하신다.
그나마 낮에 혼자 계시는 어르신을 센타라도 보낼 줄 아는 사람들은 얼마되지 않는다.
거동을 못하거나 수발을 들게 되면 어디 요양원에 떠넘길 생각을 할 뿐이다. 일단 센타에 나가면 돈이 들테니 그 또한 부담이 될 것이다. 그 돈이면 아이들 학원 한 군데 더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센타에 나오시는 어르신들은 가족 중 누군가는 신경을 쓰고 있는 셈이니 좀 나은편이다.
보통은 점심 한 끼, 센타에서 식사를 한다.
그러나 순분 어르신처럼 혼자 사시는 분은 아침, 점심, 저녁을 센타에서 드시기도 한다.
모르긴 해도 식사비용은 더 받을텐데 메뉴는 같은 걸 이어 드신다.
점심에 만든 반찬을 점심 때 드시고 남은 찬과 국, 밥을 저녁에 또 드신다. 아침에는 겨우 남은 찬과 누룽지탕을 드신다. 물론 센타마다 차이도 있고, 비용의 차이도 있다. 역시 보호자들은 저비용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긴 해도 여기에서 현자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중요한 건, 순분 어르신의 가족이 한 번도 와 보지 않고 신경 쓰고 있지 않으니, 아무도 그 내막을 모른다. 하기야 집에서도 오늘 만든 찬을 며칠씩 먹기도 하지만, 양으로나 질로나 떨어지는 식사가 되는 건 분명하다.
오늘도 순분 어르신은 주방 안쪽 식탁에서 부실한 아침식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