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단절을 느끼게 된다. 임신을 하면 제일 처음 몸에 변화를 느끼면서 그전과는 다른 나를 느끼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 최대한 평소와 비슷하게 지낸다고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들도 많아지고 몸에 힘들면서 할 수 없는 것들이 생겼다. 나 같은 경우는 입덧을 하면서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했고 나가는 것도 힘든 경우가 있었다. 입덧이 심해 집에서 쉬어야 했고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마음대로 다니기도 힘들었다.
출산을 하고 병원에 있다가 조리원에서 2주 있다가 집에 온 후, 내가 밖으로 나간 건 한 달쯤 뒤 아기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였다. 우선 나갈 정신이 없다. 아기는 쉴 새 없이 나를 필요로 하고 남편도 일을 나가기 때문에 나갈 수도 없다.
아기와 둘만 있다 보니 그냥 세상에 이 아기와 나 둘만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100일이 되었지만 아기는 아직 2~3시간 간격으로 먹었다. 그건 낮이고 밤이고 비슷하다. 그 말은 밤에도 2 ~3 시간 간격으로 깬다는 말이다. 아기는 밥을 먹고 10~20분 정도는 트림을 시켜야 한다. 아직은 소화능력이 약해서 트림을 해도 바로 눕힐 수 없고 역류방지쿠션에 20분 정도는 눕혔다가 잠을 재웠다. 그렇게 잠을 자면 좋지만 아기가 아직 밤낮 구분을 못하기 때문에 잠을 자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빨리 다음 분유 텀이 와버린다. 이렇게 몇 번지 나면 밤이 지나간다. 잠을 아예 못 자는 건 아니지만 1 ~2 시간씩 쪽잠을 계속 자다 보면 너무 피곤하다.
뜬금없는 고백이지만 나는 삼식이다. 삼시세끼 밥을 제시간에 먹는 게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다. 친구와 3주간 여행을 하면서도 혼자 아침을 챙겨 먹던 나였는데, 그게 한순간 모두 깨져버렸다. 아기가 잠을 자야 밥을 먹을 수가 있었다. 게다가 모유도 혼합하기 때문에 유축을 하면 배가 쉬 고프고, 아기를 보는 게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배가 자주 고팠다.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는 스타일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배고픔을 견뎌야만 한다. 밥을 먹을 때도 급하게 아기가 잘 자는지 눈치를 보면서 후다닥 먹고 하면서 서러웠던 적도 많았다.
낮에는 아기가 잘 때 빨래도 돌리고 아기 젖병도 설거지하고 아기 관련 일을 한다. 다른 집안일을 신경 쓸 틈도 없다. 이렇게 하다 보면 쉴 시간도 없이 하루가 가버린다.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면 저녁을 먹고 나는 먼저 잠을 잤다. 어차피 나는 새벽 보초를 섰어야 했으니까.
옷은 또 어떤가. 아기를 계속 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자극이 적은 장식이 없는 면티만 입게 된다. 아기는 토하기도 하고 침을 흘리기도 한다. 아이도 그렇지만 나도 하루에도 옷을 몇 번 갈아입기도 한다. 옷은 항상 편하게 아기 침이 묻은 채로 지내기 일쑤다.
씻는 것도 쉽지 않다. 아기는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을 닦고 크림도 바르지만 나는 하루 종일 세수도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머리도 며칠을 못 감고 샤워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후줄근해 보였다.
이렇게 먹지도 자지도 씻지도 못하는 생활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거기서 현타가 올 때가 많았다. 너무 힘들고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아직 호르몬도 엄청 왔다 갔다 하는 시기다. 여러 가지 상황이 나를 감싸고 뒤흔들어 놨다.
지금은 많은 것들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좀 힘들다.
프롤로그
나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