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말로만 듣던 그 행복의 나라, 맞나요?
덴마크로 이사를 오고 한 달 만에 임신을 했다.
덴마크어도 문화도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덴마크 엄마들, 그들만의 세계로 입성해 버렸다.
덴마크에선 임신 확인이 되자마자 산파와의 미팅 스케줄 표를 받는다. 초음파는 총 두 번을 하는데, 만약 건강상의 이상 없이 아기가 더 보고 싶다면 사설로 운영되는 초음파 클리닉으로 가야 한다. 사설 클리닉에선 초음파 검사가 한 번에 500-1500 dkk (한화로 대략 10-30만 원) 정도로 아기가 보고 싶던 마음도 어느 정도 누그러지는 가격대이다. 실로 임신 후반 즈음해서 아기 얼굴이 너무 궁금해 알아보았는데 10분도 안 되는 검사에 십만 원이 든다고 해서 놀랐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 덴마크의 산파들은 내가 처음 떠올렸던 (어느 사극에서 보았을 법한) 그런 산파가 아니었다.
처음엔 의사 없이 midwife (산파)와 함께 출산을 한다기에 큰 충격이었는데 첫 미팅을 해보니 이들은 정식교육과 실습을 거쳐 양성된 전문가들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무엇보다도 임산부의 마음을 신경 써 준다는 느낌이었다. 실제로도 자가 설문을 하게 했었는데 꽤나 개인적인 가정사까지 다루어서 왠지 모르게 불편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정폭력 노출 위험군을 선출해 따로 캐어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았나 싶다.
또 매 미팅 바로 전 화장실에 놓여있는 측정기를 사용해 임신성 당뇨 검사결과를 갖고 산파와 만나야 하는데 이것이 마치 시험 점수를 엄마에게 보여주는 것 마냥 두근거렸다. 검사결과를 체크하고 나면 그동안 궁금했던 점들을 물어보거나 출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플래닝을 함께 하는 시간이 따랐다.
이렇듯 덴마크에서의 모든 임신과 출산은 국가적인 시스템 안에서 관리와 진행이 된다.
출산하는 병원도, 산파도, 또 출산 플랜마저도 내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면 정해진 시스템 안에서 진행이 된다. 그리고 그 정해진 시스템은 자연주의 출산에 맞추어져 있다. 물론 무통주사도 가능하지만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다면 먼저 물어보는 일은 없다. 한 예로, 한국에선 흔한 출산 직전 회음부 절개도 여기에선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이곳에서의 출산은 제한적인 면이 많았다. 하지만 첫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던 우리에게는 이곳의 시스템이 오히려 편하게 다가왔다.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를 것 없이 덴마크의 시스템에 몸을 맡기면 되었으니.
아, 그리고 출산 후 대학병원에서 이틀간 개인병실에서 지내었는데 간호사가 24시간 대기하고 있어 우리 같은 초보 엄마 아빠들에겐 정말 고마운 곳이었다. 출산 후 아기와 퇴원할 때도 별다른 퇴원절차 없이 (의료비 0원) 그냥 걸어 나왔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임산부마다 담당산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출산 당일에 누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우리가 출산당일 만난 산파는 함께 미팅을 해왔던 사람이 아니었고 그마저도 2시간 정도 지나 다른 사람을 바뀌었었다.
요즘 한국에선 산부인과병원도 소아과병원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실제로 덴마크는 산부인과병원도 소아과병원도 따로 있지 않다. 물론 덴마크인구는 한국인구의 1/10 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일 수도 있겠지만 미래의 한국 의료시스템은 지금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져있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