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무언가를 할 때 정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재밌다는 생각을 앞지르게 될 때가 있다.
좋아하는 그 순간을 잘 기록하면 될 텐데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틈을 내어 비집고 들어온다. 좋아하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주변 이야기들을 들으며 무언가를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의 입을 통해 들을 때면 나는 스르르 그것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잘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할까. 잘하면 좋은 거 아닌가. 거기에 쏟아부어야 할 것만 같이 느껴지는 무게가 두려운 것일까. 떠나고 피하고 흘러가고 흘러가다 보니 스스로에게 부여된 것은 취미 부자라는 별명뿐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잘하는 사람은 훨씬 많으니까, 끊임없는 비교를 하며 나는 어차피 저렇게까지는 못할 거야, 이만하자는 생각들을 하며 다른 취미, 어쩌면 내가 모르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매번 다시 방황했다.
그러면서 정착하게 된 것들이 있다. 잘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뒤죽박죽인 스케줄 때문에 정기적으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나를 기다려주는 곳으로. 그러면서 끊임없이 동경하던 곳으로. 동경을 현실로 만들기는 참 어렵다. 동경하는 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가. 그러면서 그곳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계속 붙어있던 기간이 어느덧 5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 씬에 온전히 들어갔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마음속 수많은 목소리들 때문에 한 발을 내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즐거우면 될 텐데, 예술을 대하는 다양한 시선들과 수많은 기준들에 사로잡혀 있어 무언가를 할 때 이건 예술이야, 이건 아니야. 그건 맞아, 그건 아니야 등의 흑백논리가 어느 순간 마음속에 자리 잡아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도 무엇인지 모르는 정도가 되었었다.
이제 그런 꺼풀들을 조금씩 벗어내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맞다 아니야의 흑백논리를 떠나 내가 좋아했던 것을 집약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왜 안 되는데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나의 것을 만들고 찾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어려서부터 힙합, 펑크락, 팝 음악을 좋아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하우스라는 춤을 배웠으며, 친구들과 움직임을 및 컨택즉흥 하는 등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움직일 줄 알면서 정해진 기준들에 맞춰 사느라 이게 맞아 저게 맞다는 프레임을 스스로 씌웠던 나 자신이 안타까워진다.
그러면서 기쁘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이, 탐구할 것이 생겼다는 게. 그런데 그게 나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던 것들이 아니라는 게. 나로부터 시작되는 길을 만들어갈 수 있음이 신기하면서 설렌다. 다양한 경험으로 가득 채우려고 해서 빠르고 흐릿하게 나를 비껴가던 모든 풍경들을 천천히 볼 수 있는 여유가 이제야 생기나 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놀아봐야지.
찾아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탐구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