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색들을 갈망하며
포르투갈 밤하늘에서 무지갯빛이 일렁이는 현상이 포착되었다. 이 현상은 airglow라는 현상으로 낮동안에 태양광을 받은 대기성분이 밤에도 은은하게 빛을 내는 현상이란다. 평소에는 희미해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대기의 교란이 발생하면 지구 대기 중에 중력파가 생겨 마치 잔잔한 물 위에 돌을 던졌을 때처럼 파동무늬가 하늘에 나타난다고 한다. 밤하늘을 빛내는 무지개라니. 들어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아름답겠지. 갖가지 색들이 모여 하나를 이루어내니 참 아름답겠지.
대선이 치러졌다.
20대에 대선을 시작으로 처음 투표를 해보고, 처음 탄핵을 피부로 느껴보고, 새로운 대통령이 뽑히고, 5년이 지나고 또 새로운 대통령이 뽑히고, 그리고 30대에 또다시 탄핵을 겪고 또다시 대선을 치르다니. 십몇 년 동안 대통령이 4번이나 바뀌었다. 세상에.
옛날에는 정치에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언젠가부터 관심이 점점 멀어졌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하며 꿈꾸던 희망들이 눈앞에서 더욱 흐릿해지면서 멀어진 거 같다. 언젠가는이라는 말이 힘이 있는지, 결과를 가져오기보다 조금 더 멀리 밀어내고 있는 걸까. 말만 존재해 버리는 몽상적 현실. 그렇다고 투표를 안 하는 것은 아닌데, 이제는 그저 하나의 거대한 해프닝처럼 느껴진달까.
언젠가는, 언젠가는.
희망이란 것이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도 있는 반면, 희망이 컸던 만큼 허무함도 참 커진다.
희망이 아예 없었더라면 허무하지도 않았을 것을. 무엇을 그토록 바랐어서 그렇게 고대하며 기다렸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겠지. 그런 거겠지?
암흑을 향해 달려들 수는 없으니까. 내일의 해는 뜰 거니까. 터널은 언젠가 끝나니까.
그러나 태어난 곳 자체가 터널이고 암흑이라면.
이 세상이 어둠과 빛이 아닌 암흙으로 만들어졌고 누가 더 어두운가를 경쟁하고 있는 것이라면.
2가지 색으로 나뉘지 않을 수는 없을까. 빨강과 파랑이 아닌 단어들로 서로를 평가하지 않는 시대는 도대체 언제 도래할지. 정치가 낳은 혐오의 언어들은 언제 사라질지. 결과들을 승복하고 서로의 노고를 축하해 주며 인정할 수 있는 시대는 언제 나올지. 인간이, 사람이, 서로에게 버려지고 헐뜯지 않고 정말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해 한 걸음씩 내딛을 수 있는 세상은 올 수 있을까. 색만이 아닌 경제, 사회, 세대, 성, 육체 등으로 너무 서로를 갈라버리고 있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향해 가는 걸까. 무엇을 바라야 할지, 바라지 말아야 할 지조차 모르겠다.
그저 지금 내려진 결과가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기만을. 바라고 또 바랄 수밖에.
더욱 다채로운 색이 공존하는 하늘 속을 날고 싶다. 포르투갈 하늘에서 나타난 airglow처럼.
태양이 낸 빛을 잘 머금어 어둠이 왔을 때 불안하고 흔들리는 대기 속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빛을 흘려보낼 수 있기를. 스스로 빛을 머금기를 그만두지 않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희미하고 다채롭게 다양한 색이 어둠 속에서도 빛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