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가족의 이삿날

by 김정

나는 나지막한 산에 사는 고라니입니다.

새끼 세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날마다 새끼들과 들에서 뛰어놀고 맛있는 풀도 뜯어 먹어요.


며칠이 지나면 우리 가족은 이사를 갑니다.

시냇물 흐르는 길을 지나 큰 도로를 건너서.

눈 큰 짐승 많이 다니지 않는 새벽녘에 시작합니다.

아무도 모르게요.


드디어 이사 가는 날


도로 위를 질서 있게 살금살금 지나는데

“아이고 어쩌나!”

반대편 쪽에서 눈이 아주 큰 짐승이 빠르게 달려옵니다.

“호랑이일까? 사자일까? 눈에 불빛이 엄청나게 크네.”

우리 가족은 동시에 “모두 멈춤!” 합니다.

“끼익”하고 짐승도 멈췄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멀끔히 쳐다보기만 합니다.


큰 짐승은 잠시 눈에 있는 불을 꺼주었어요.

우리 가족은 놀란 표시도 못하고 다시 도로 위를 건너갑니다.

약속한 듯이 우리는 건너편 산으로,

눈 큰 짐승은 도로 위를 지나갑니다.


동네 친구 고라니들에게 새벽에 만난 눈 큰 짐승 이야기를

하소연해 봅니다. 깜짝 놀란 마음을 위로 받고 싶었어요.

꼬마 자동차 왕눈이에게도 마음 전해봅니다.

“너도 많이 놀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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