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모깃불에서 쑥 냄새가 난다..
시골 장에서 산 꽃무늬 엄마 치마를 입고 들마루에 앉았다.
중년을 훌쩍 넘긴 언니는 세상 편한 자세로 눕고, 나는 세숫대야 찬물에 발을 담갔다.
엄마는 큰 부채로 모기를 쫓기도 하고 우리 얼굴 위를 부치기도 한다.
맹랑한 엄마의 옛이야기로 여름날 저녁의 평화로움은 깨졌다.
“이제 죽고 잡다. 저세상에 가서 우리 엄마를 만나고싶대이.”
“사는 게 지루하기도 하고 지난밤 꿈에 엄마를 봤는데, 내 손을 잡고 자꾸 가자고 했대이.”
우리 자매는 놀라 언니는 자세를 고쳐 앉고 나는 정신없이 대야에서 발을 빼느라 몸이 기우뚱했다.
긴 밤에 자다 깨고 자다 깨고 하다가 어떤 생각이 난다고 하신다.
엄마를 낳고 이레째 되던 날 하늘나라에 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난다고 하신다.
엄마는 꿈에서라도 외할머니를 뵙고 싶어서 다시 잠을 청하신다고 하신다.
그 이야기를 하는 엄마는 슬퍼 보였다.
그 이야기 속에 함께 있는 우리는 심란했다. 머릿속에 무슨 표현일까 싶어서.
엄마는 걱정거리를 말씀하시면서 한숨 짓는다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셔도 외할머니를 못 알아보면 어쩌나!
외할머니가 하늘나라에 온 엄마를 모른다고 하면 어쩌나 하신다.
얼굴도 모르는 엄마 생각은 왜 이리 나는지 모르겠다며
인제 그만 살고 울 엄마 보러 가면 좋겠다고 하신다.
이 어색하고 뜨악한 상황을 어떻게 할지 몰랐다.
어려운 문제를 만난 언니와 나는 서로 쳐다보면서 엄마가 왜 저러실까?
하는 생각의 곤란함을 눈으로 나누고 있었는데
“저 고추 따다가 열무김치 담을까나!”
“생고추 갈아서 김치 담으면 국물이 시원하대이.”
마당에 싶은 고추를 따서 김장 고춧가루도 해야 한다면서
붉게 된 것은 햇볕 좋은 날에 말려야겠다고 하신다.
올해 김장이 맛있으려면 고춧가루가 좋아야 한다고 하신다.
비장미도 없이 허투루 말하는 죽음 이야기가 왜 이리 오싹한 지
며칠 동안 마음이 고달팠다.
엄마!
김장 스무 번만 더 하시고 외할머니 만나시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