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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율 Aug 26. 2024

30. 에필로그 - 덩굴 괴물의 진실(2)

덩굴에서 한의 목소리를 듣고 안심한 대담은 덩굴 줄기를 밟고 꼭대기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시는 부드럽고 단단한 줄기와 잎으로 변했다. 마치 대담이 타고 올라갈 발판을 만든 것처럼. 덕분에 대담은 수월하게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꽉 껴안은 줄기에는 아늑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딘가 작은 두려움도 서려있는 듯 했다.


“대담아. 나의 가시는 작은 돌멩이에서 시작했어. 그들은 내 가시가 얼마나 빠르게 자라는지 보지 않았어. 무작정 나에게 달려들어 스스로 가시에 몸을 던졌지. 난...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


 대담의 귀에 덩굴 나무의 슬픈 목소리가 고요하게 맴돌았다.


“한, 내가 봤어. 너는 잘못이 없어.”

그러자 더 이상 나무에서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담은 덩굴 나무에 기대어 노을을 바라봤다. 한과 오두막에서 지켜봤던 노을이었다.

"하늘이 물들고 있어."

"응. 바다에서 대담으로."

대담은 미소를 지었다.


한이 물었다.

“아이가 깨어날 수 있을까?”

“지켜봐야지.”

“그래. 이제는 지켜볼 수 있어.


덩굴 나무의 시간이 지날 수록 틈이 커지더니 슬픈 아이가 잠들어 있는 구멍 사이가 넓어졌다. 만약 아이가 눈을 뜬다이 구멍으로 덩굴을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아이를 보게 되면 어쩌지?"

“혹시 모르니 내가 문을 만들어 놓을게.”


 대담은 아이가 눈을 뜨기 전까지 안전하게 잠에 들 수 있도록 구멍을 가릴 문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찾아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가장 적절한 문을 만들고 그 문을 들고 올라올 근육이 생길 때까지 대담은 열심히 몇 년에 걸려 숲과 마을을 오갔다. 




구멍에 딱 맞는 문을 만들어 매다는 순간이 찾아왔다. 대담이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힘이 세고, 지혜롭고 신중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대담이는 진실되고 자유로운, 어쩌면 그래서 고통스러울 지 모르는 현실이 있음 알기에, 그럼에도,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렸다. 마을을 떠나 도시로 향하겠다고.


"이제 때가 된 거 같아."

응.

“맞아. 돌아올지도 몰라.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할테지만… … 그리울거야.”


한은 대담이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았다. 하지만 왠지 그를 다시 만나는 날이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슬픔은 없었다.


“대담아, 잘 지내.”

“한, 나는 이제 앞으로 나아갈게.”

“고마웠어.”

“고마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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